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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정가 없는 도서정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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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정가 없는 도서정가제

입력
2010.03.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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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치고 머리 쥐어짜며 쓴 새 시집이 나오면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10%를 인세로 받는다. 내 경우 초판 인세를 현금으로 다 받지 않는다. 필요해서 시집을 산다. 출판사는 저자인 나에게 20% 할인해준다. 정가 7,000원 하는 시집이 한 권 팔리면 인세 700원을 받고, 내 시집 한 권을 5,600원에 산다.

인터넷서점에서 내 시집을 사면 최고 19%를 할인받아 5,670원에 살 수 있다. 경품까지 받는다. 결국 저자와 구매자의 차이는 책값의 1%, 즉 70원이다. 그 사이에서 죽어날 출판사를 생각해보라. 정직하게 정가를 받는 서점에서 누가 책을 사보겠는가. 이것이 출판강국이라 자랑하는 우리의 현행 '도서정가제'다.

정가 운운하며 19%씩 깎아주면 이는 분명 '도서할인제'의 부활이다. 정가 없는 도서정가제는 악법이다. 이미 서점이 죽었고 출판사가 죽었다. 90% 이상의 출판사가 개점휴업 상태다. 동네서점은 진작 고사해버렸다.

필자와 출판사와 서점을 살리기 위해 출판·서점계에서 할인율을 최고 10% 로 제한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냈는데,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심의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심의로 거부됐다. 대형 인터넷서점만 배부르면 되고 나머지는 다 죽어도 좋다고 결정한 규제개혁심의위원회 명단이 궁금하다. 출판은 필자의 글쓰기로 시작된다. 그분들 그 사실은 아는지 묻고 싶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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