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즈키 고타로 지음ㆍ홍성민 옮김/ 뜨인돌 발행ㆍ287쪽ㆍ1만3,000원
잠재의식에 특정한 메시지를 주입하면 원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서브리미널 효과’는 마케팅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용어는 1956년 제임스 비커리라는 미국의 한 광고업자의 실험 이후 널리 퍼졌다. 그는 영화 상영 중 “팝콘을 먹어라” “콜라를 마셔라”는 메시지를 담은 3,000분의 1초짜리 영상을 5분 간격으로 틀었더니 영화관의 팝콘과 콜라의 매출이 57.5%, 18.1%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무의식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이 실험은 당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스즈키 고타로 니가타대 교수는 그러나 이 ‘역사적’ 실험이 의문 투성이라고 말한다. 3,000분의 1초 화면을 영사하는 것은 당시 기술로 불가능했고 콜라 판매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계절적 변수 등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널리 퍼져 있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비커리의 헛점 투성이 주장이 맹목적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일본 심리학계의 이단아라는 별명답게 저자는 이처럼 ‘신화’가 된 심리학 실험을 조목조목 해부한다. 사람이 사람의 손길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입증한 사례로 꼽히는 1920년대 인도의 늑대소녀 이야기나 숫자와 말을 이해한다는 19세기 말 독일의 ‘천재 말’ 실험 역시 조작됐다는 것이다.
저자의 추궁이 유독 심리학에 매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심리학은 직접 볼 수 없는 ‘마음’을 다루기 때문이다. 미신과 우화가 과학적 사실과 자주 뒤섞이곤 하는 심리학계의 분위기에 강한 문제의식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잘못은 할 수 있지만 누군가 잘못해서 쓴 내용을 검증 없이 인용하고 잘못을 수긍하지 않는 것은 학문적 성실성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심리학 연구 방법론의 허실을 들춰낸 ‘집요한 삐딱함’이 돋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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