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그제 세계 원자력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핵연료 재활용과 고준위 폐기물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을 선언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력한 핵연료 재처리 의지를 표명한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밝힌 원전 18기 추가건설계획과 함께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데다, 4년 뒤 한미 원자력협정의 만료를 앞둔 협상과 곧장 맞물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원전 추가건설로 전체 전력소비량의 59%를 충당할 것이라는 정 총리의 언급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핵연료 재처리 방안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해결 전망이 막막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도 재처리 기술과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 현실적 걸림돌도 많이 제거됐다. 핵 재처리 시설이나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지 않는다는 북한과의'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의 핵 개발로 사문화한 지 오래다. 다양한 논거를 동원한 환경단체의 반대도 사회적으로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의 무기 전용을 막을 기술이 국제적으로 확보돼 있고, 재처리 비용이 오히려 크다는 주장도 부수비용까지 감안하면 달리 들린다.
국내 20개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가 벌써 1만 톤에 이르고, 2016년이면 수조 등 임시시설이 완전 포화상태가 된다. 그런데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은 후보지 선정은커녕 구체적 계획도 마련하지 못했다. 재처리 후의 복합산화물(MOX)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방안이야 차차 마련하더라도, 장기 보관이 쉬운 형태로 전환하는 것만도 시급한 과제다.
마지막 과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국민의 정서적 공감을 일깨우려는'핵 주권론'등의 어설픈 주장을 자제하는 한편, 국제적 우려와 의혹을 부른 농축ㆍ유출 사건 등의 재발 방지책을 강화해야 한다. 평화적 핵 이용 실적을 쌓으며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힘쓴다면, 오래지 않아 재처리 권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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