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요즘 읽는 책은?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1962)." 야생의>
_왜 이 책을?
"문명과 미개, 야수성 등에 관심이 있다. 들소를 동경하는 한 남자가 주인공인 <들소의 달> 이라는 작품을 지난해 무대에 올린 뒤 이런 제목의 책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들소의>
_ 이 책의 좋은 점은?
"문명사회에서는 모든 지식이 언어로 규정된다. 그러나 우리가 소위 미개사회라고 규정한 곳에서는 언어가 아니라 체험이 모든 지식을 구성한다. 예컨대 우리는 소나무, 참나무, 이런 식으로 나무의 이름을 안다면 그들은 벌레가 살지 않는 나무, 배가 아플 때 삶아 먹으면 좋은 나무, 이런 식으로 구분한다. 문명인들의 지식이 언어라는 체계에 갇혀 있는 반면, 그들의 지식은 모든 개념을 온전하게 자기 몸으로 받아들여 얻은 것이다. 야생이야말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훨씬 더 창의적인 사유를 유도하는 것 아닐까. 문명사회에서는 정보를 구하기 쉽지만 그저 '도용'할 뿐이다. 반면 미개사회에서는 정보 자체가 생존과 관계가 있어 온전하게 흡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_ 인상적인 대목은?
"피그미족 성인들은 400종 이상의 식물, 70종 이상의 새 이름을 쉽게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 부족의 주술사는 사람을 치료할 때 언제나 식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체험이나 구전된 경험을 육화해 생존하는 것이다. 정보를 이해하고 있는 양하는 문명사회의 지식인들은 그 앎이 얼마나 관념적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_ 추천한다면?
"현대문명의 본질을 통찰하려는 이들에게, 특히 작가들에게 권하고 싶다. 소설을 읽을 때 풀이나 나무 이름을 자유자재로 쓰는 작가들을 보면서 "와, 대단하다"고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 원시 부족들처럼 그 풀과 나무를 완전히 이해했을까"라고 질문하며'작은 위안'을 느끼게 됐다.(웃음)"
<야생의 사고> 는 구조주의 인류학의 고전이다. 이 책은 현대인들에 비해 미개인들이 사물을 범주화하는 방법이 다를 뿐 비과학적이거나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똑같다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통찰이 담겼다. 한길사(1996)ㆍ안정남 옮김ㆍ422쪽ㆍ2만3,000원. 야생의>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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