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죄 등으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모(67)씨는 교도관들 사이에서 일명 '고문관'으로 통한다.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잘못한 게 없는데 가뒀다며 국가 고위인사들을 닥치는 대로 고소ㆍ고발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타깃은 자기 사건과 관련한 변호사, 검사, 판사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청장, 검찰총장, 대법원장, 각 부처 장관, 심지어 대통령까지 김씨의 펜 끝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2,300여명을 한꺼번에 고소해 수형자의 송무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고발이유도 천차만별이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는데도 이를 조사해 처벌하지 않는다"거나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국가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작년 한 해에만 고소ㆍ고발 19건, 청원 25건, 진정 13건을 넣었다.
성범죄자 같은 흉악범들이 황당한 고소ㆍ고발을 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 받은 성모(39)씨는 "교도관이 수형자들을 형기 종료 전에 석방해 사법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100원을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성씨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으나 이마저 각하됐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한 수형자의 고소ㆍ고발 건수는 2006년 703건에서 작년 1,173건으로 3년 만에 약 67%나 증가했다. 피고소ㆍ고발 인원도 2006년 1,584명에서 작년 3,073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수형자가 제기한 4,306건의 고소ㆍ고발 중 기소유예 처분된 13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각하 또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그만큼 수형자들이 고소ㆍ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정말로 권리구제가 필요한 수형자들이 역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형자들이 교도관 등에 대해 '골탕을 먹어보라'는 식이거나 잠시라도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소송을 걸러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처리할 건수가 워낙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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