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월말 라진ㆍ선봉 경제특구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기 위해 남한 등 외부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라선경제무역지대 관련법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최근 입수한 새 라선경제무역지대법에 '공화국 영역 밖에 거주하는 조선동포도 라선 지대에서 경제ㆍ무역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문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1992년 라선지대법을 제정하면서 남한 주민을 포함한 해외 조선동포의 진출을 허용하는 조문을 담았지만 1999년 법 개정 때 이 조문을 삭제한 후 우리 기업들을 배제해왔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남한 인사들에게 라선지대의 문호를 다시 개방하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개정법은 또 '국가는 투자가의 투자형식과 기업 관리방법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조문을 신설, 적극적인 경제 개방을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결산 이윤의 14%인 기업소득세율을 '국가가 특별히 장려하는 부문'에 한해 10%로 낮춰 투자자의 보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했다.
이와 함께 '라선지대에 입주한 기업 들이 지대 밖 북한의 기관, 단체 등과 거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하면서, 투자자가 라선지대에서 기업이나 기업의 지사, 대리점, 출장소 등을 창설할 때 내각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은 없앴다.
중앙 정부가 갖고 있던 각종 권한을 현지 지도기관에 대폭 위임한 대목도 눈에 띈다. ▦라선지대 개발 ▦경제무역사업 지도 ▦중요투자대상에 대한 심의ㆍ승인 등 권한을 중앙무역지도기관에서 현지 지도기관으로 이관했다.
북한은 그러나 개정법에 외부 투자의 유치 촉진을 꾀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당국의 전체적인 통제는 강화하는 조항도 삽입하는 등 이중적인 자세를 취했다.
라선지대의 지위에 대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된다'고 명시해 외부 투자자에게도 북한 국내법이 적용될 것임을 내비쳤다. 또 외국인에 대해 무비자 방문 및 체류를 허용한 종전 규정을 수정, 라선지대에 곧바로 들어오는 외국인에 한해서만 무비자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이 때문에 대외적인 개방과 투자 유치를 감안한 법 개정이지만 투자유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외견상 투자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과 자율권이 커진 듯 보이지만 직접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파격적인 방안이 없는데다, 북한 당국의 규제강화 조치들도 포함된 이유에서다.
더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남측을 포함한 다른 외부자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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