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장안면 장안7리 경로당. 할아버지와 할머니 10여 명이 허리를 한껏 굽히고 무엇인가를 열중하고 있었다. 실같이 가느다란 볏짚을 꼬는 일이었다. 눈은 침침하고 손은 투박했지만 솜씨는 정교했다. 서너 시간 공을 들이니 3㎝짜리 앙증맞은 미니 짚신 한 켤레가 탄생했다.
기계로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크기와 모양이 일정했다. 노인들 바로 옆 탁자에는 짚으로 만든 황소와 맷돌 등 '작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노인들의 손끝에서 태어나 지난해 상표등록까지 마친 화성의 새 명물 '지프로'다.
화성의 노인들이 짚공예품 지프로로 억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화제다.
(사)대한노인회 화성지회 노인취업지원센터는 3일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화성휴게소 안에 '지프로 1호점'을 열었다. 9일에는 하행선 화성휴게소에 2호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편의점 안 전용판매대에는 채반 복조리 짚신 삼태기 똬리 등 미니어처 짚공예품이 전시됐다. 3,000원짜리 짚수세미부터 나무나 한지로 장식된 4만~8만원 세트까지 다양하다. 흔쾌히 매장을 무상으로 내준 이영호(36) 화성휴게소 소장은 "상품이 깔끔하고 특색이 있다. 휴게소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5만명 수준이라 한 달에 1,500만원 정도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촌 노인들의 손재주를 이용해 화성의 명품을 만들어보자는 도전은 2006년 시작됐다. 노인취업지원센터 주도로 손재주 좋은 노인들이 1년여 간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화성시공예협회의 액자와 합쳐 지프로가 완성됐다.
짚 외에 왕골을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강화도 왕골을 가져다 500㎡ 규모의 재배지도 만들었다. 화성시는 노인들이 짚공예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고 판로 개척에 힘을 보탰다.
박영근(81) 노인회 화성지회장은 "하루에 몇 개를 만든다는 목표가 없어 노인들이 짬이 날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로당 3곳에서 20여명의 노인이 만든 지프로는 한국민속촌과 중소기업청,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관광명품점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2,70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경로당 1곳이 추가돼 작업인원이 30여명으로 늘었고, 전용판매장까지 생겨 매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장안7리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는 임성식(68)씨는 "나이 먹고 일할 수 있어 좋고, 손을 많이 써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며 "잊혀진 전통을 우리 손으로 복원·전수한다는 자부심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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