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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천에서 용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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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천에서 용나기' 프로젝트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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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촌지역을 여행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초등학교 졸업생 축하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지역 고교출신이 서울 명문대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요즈음 정말 보기 드문 '개천에서 용나기' 장면을 본 것이다. 개천이 흐르는 시골 출신이 판ㆍ검사가 되거나 명문대에 합격하는 사례는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 그러한 사례를 찾기 쉽지 않게 되었다.

교육과 소득 양극화 정착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지역 일반고교 졸업자의 41%가 강남권 고교 출신이다. 1999년 신규 임용된 판사 가운데 특목고와 강남권 고교 출신의 비율이 9.6% 이었으나 2009년에는 37%로 급증하였다. 지방 광역시 출신 신규 판사 비율은 1999~2002년에 40% 수준이었으나 2009년에는 26.1%로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형재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소득계층 상위 25% 자녀의 21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21.1%인데 반해 층 하위 25%의 진학율은 2.7%에 불과하였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에 최상위 소득 20%의 월평균 교육비는 52만 9,002원이었으나 최하위 20%의 월평균 교육비는 9만 2,140원에 불과하였다.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사교육비 격차는 7.8배에 달하였다.

이러한 자료와 분석결과는 갈수록 지방의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제 용은 대부분 서울을 가로 지르는 한강 하류의 '강남 특구'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직업 선택과 소득 수준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대체로 1980년대까지는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기회가 비교적 넓게 열려 있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그러한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유아기부터 부와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가 생기고 부유층이 아니면 양질의 고등교육을 받기가 극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Stanley Becker) 교수는 일찍이 기회(자산)와 능력(지식)의 격차에 따른 소득격차 발생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금융주도 경제와 지식기반 경제가 동시에 출현하는 가운데 자산 격차와 지식 격차가 상승 작용을 하여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투기소득 요인이 더해져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러한 양극화가 해소되고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려면, 한강 하류 강남 특구뿐 아니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다른 4대강과 방방곡곡 개천에서 고르게 용이 나와야 한다. '개천에서 용나기' 프로젝트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그 핵심은 계층과 지역간 교육 격차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교육 격차 줄이는 투자를

유아교육부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양질의 무상 공공보육을 실시해야 한다. 광역경제권 단위로 민족사관학교 수준의 자율형 공립고를 설립하여 지역균형 선발제와 계층균형 선발제를 결합한 입시제도를 도입하고 최상급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지방 국립대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 국립대 법인화 대신 '자율형 국립대' 모델을 만들고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저소득층 자녀의 학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앙정부 지원아래 지역대학과 자치단체, NGO가 파트너 십을 구축하여 실시해야 한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 예산을 '개천에서 용나기'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한다. 그래서 삼천리 방방곡곡에 용이 났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도록 해야 한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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