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here] 'EVA' 만드는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here] 'EVA' 만드는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

입력
2010.03.15 00:40
0 0

11일 한화케미칼 울산 제1공장. 커다란 체가 힘차게 좌우로 움직이고 흰 색 알갱이들이 쉴 새 없이 체 구멍을 빠져 나와 떨어지고 있다. 5㎜ 크기 쌀 알 모양의 투명한 알갱이를 한 움큼 집어 코에 갖다 대니 시큼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이 알갱이 이름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ethyleneVinylacetate)다.

공장 관계자는 "태양전지(Solar Cell)를 감싸는 시트의 원료로 쓰이는데 태양광 발전이 뜨면서 공장을 쉴 틈 없이 돌려도 물량이 달릴 정도"라며 "황금만큼 값진 쌀"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VA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고기능플라스틱)등 기존 수지들이 부가 가치가 낮아지면서 화학 회사들이 새로운 대체물질로 개발한 것. 이 때가 1980년대 초였다. 높은 유연성, 성형성, 보온성, 충격 흡수성 등 특징 때문에 현재 필름(비닐) 제작, 신발 밑창, 장난감, 스펀지 용 발포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PE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1986년부터 국내에서 처음 자체 개발에 성공,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비닐아세테이트단량체(VAM)가 많이 포함되면서도 물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수록 가격이 비싼 것이 특징이다. 한화케미칼은 세계적으로 듀폰, 에이티플라스틱 등 일부 회사만 제작하고 있는 비닐아세테이트 함량 40%짜리 특화 EVA를 만들어 왔다. 이는 그 동안 코팅용, 포장, 목공용 접착제 원료인 핫 멜트용으로 활용됐다.

한화케미칼이 뜻밖의 기회를 맞은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EVA가 태양전지용 시트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신창훈 PE생산팀 차장은 "EVA의 특성들이 민감한 태양전지에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EVA의 수요는 232만 톤(2008년)이었지만 2015년까지 348톤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태양전지용 EVA는 연 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VA시트는 태양전지 수십 장을 붙여 만든 창문틀과 유사한 모듈안에 들어있는 셀을 보호한다. 셀이 태양에서 오는 빛을 되도록 많이 흡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투명해야 하고 접착력도 좋아야 한다. 게다가 한 번 붙여 20년 이상을 별 탈 없이 쓸 수 있는 내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웬만한 기술력이 없으면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시트는 같은 한화그룹 화학 계열사 한화 L&C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이 시장은 일본 미쓰이와 브릿지스톤이 세계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해왔고, 상위 5개 회사가 90% 이상 시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참여업체가 많지 않았다. 국내 시장 역시 이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한화L&C가 자체 개발에 성공, 지난해 5월부터 생산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질 좋은 원료에 30년 전부터 국내에서 처음 확보한 카렌더링 공법 등 한화 L&C의 기술력이 어우러지면서 확실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 두 회사가 내세우는 자랑이다. 한화 L&C관계자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소재 사업을 선정했고 그 '1번 타자'로 EVA시트를 꼽았다"며 "앞으로 태양광 모듈용 백 시트(EVA시트와 반대쪽인 태양전지 뒤쪽에서 셀을 보호)와 연계 판매를 통해 시트 분야의 확실한 우위를 점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 L&C 뿐만 아니라 브릿지스톤에 태양전지용 EVA를 수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증설도 서두르고 있다. 내년 울산공장에 EVA플랜트 증설이 끝나면 생산능력은 현재 10만 톤에서 14만 톤으로 늘어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시프켐사와 합작 투자로 현지에 2014년 완공을 목표로 20만 톤 규모의 공장도 짓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사우디 공장은 범용 EVA, 국내에서는 태양전지용을 포함해 고부가 특화 EVA 제품을 만드는 이원화 전략을 쓸 것"이라며 "한화케미칼의 미래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울산=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