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달 안에 성폭력대책 법안들을 일괄 통과시키기로 하는 등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국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10여건의 관련 개정법안은 거의 공통적으로 처벌과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전자발찌 부착기간을 사실상 평생으로까지 연장할 수 있고, 아동대상 성폭력범죄자의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며, 형량을 매길 때 주취감경(酒醉減輕)을 배제하는 등의 방안은 현실적, 심리적으로 당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학적 거세 등 보다 강력한 내용들도 있다.
현 분위기상 이들 법안에 대해 일부라도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 미국 등 여러 성숙한 사회에서도 아동대상 범죄에 관한 한 훨씬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무작정 각국 사례들 중에서 가장 강도 높은 것들을 다 모아 입법화하려는 시도는 다소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입법과잉 등의 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중벌의 범죄감소 효과만큼이나 범죄의 흉포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사례들도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성폭력 대책 움직임이 처벌과 감시 강화에만 집중돼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성범죄자, 특히 아동대상 범죄자는 정신질환적 차원에서 반드시 치료와 교육이 수반돼야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교화의 방법도 세밀하게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 사회와의 격리기간을 늘린다고 재범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복구 강화해 주민 구성원들이 서로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피해자와 가족의 보호와 치료, 지원도 지금과 같은 형식적 수준으로는 안 된다. 이들이 상처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또한 국가사회의 책임이다. 이번에야말로 정치적 이해에 따른 입법 지연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지만, 처벌입법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한 근본적 종합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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