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가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도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자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길태는 10, 11일 경찰 조사에서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했다. 이유리양 관련 내용을 물으면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고 증거를 들이대도 "DNA가 뭔지 모른다. 법대로 하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김영식 수사본부장은 "김길태가 이양 사건은 전단지를 보고 알았고, 억울하게 뒤집어쓸까 두려워 도망을 다녔다고 한다. 진술 내용도 비교적 일관되고 논리적이다"고 말했다.
경찰과 범죄 전문가들은 "사회의 지탄을 받는 강력 범죄자의 경우 무거운 형벌을 우려해 수사 초기 무조건 범행을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백한다고 해도 감형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일단 범행을 부인하고 본다는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김길태는 혐의가 확정되면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로 살인을 안 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길태는 1997년 7월 9세 여아 성폭행 미수 사건과 2001년 4월 30대 여성 성폭행 사건 때도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또 김길태는 DNA, 족적, 지문 등이 성폭행의 증거는 될 수 있지만 살인의 직접 증거는 될 수 없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러나 다수의 증거가 있는 만큼 김길태의 자백과 상관없이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과거 2차례 사건 때도 김길태는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지만 경찰은 확실한 증거물을 제시해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3년과 8년 선고를 이끌어 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김길태의 범행 부인은 범행 현장에서 바로 검거되지 않고 도주하다 잡힌 대부분의 범인들이 보이는 공통적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길태가 수사 초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자백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2008년 경기 안양시 초등학생 혜진ㆍ예슬양 살인범 정성현도 처음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백했다. 표 교수는 "김길태는 의지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만간 심리적 저항감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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