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들은 둘도 없는 동지이고,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는 당과 내각, 청와대의 동료였다. 하지만 치열한 선거전에서 그런 기억은 사치일 뿐이다. 이제는 동지가 아닌 넘어서야 할 맞수다. 6ㆍ2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후보들 간의 이런저런 인연이 눈길을 끈다.
경기지사를 노리는 사람들 간의 인연은 길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야권 후보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한때 운동권 동지였다. 김 지사와 심 전 대표는 1985년 결성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의 주축이었고, 김 지사가 심 전 대표의 남편을 소개했을 정도로 절친했다. 유 전 장관도 자신의 동생이 김 지사와 함께 86년 인천 노동자 시위로 구속돼 석방 운동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심 전 대표와 유 전 장관은 서울대 동기이자 17대 국회의 동료 의원이었다.
그러나 1994년 김 지사의 민자당 입당 이후 이들의 사이는 틀어졌다. 유 전 장관과 심 전 대표도 참여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에서 정책적 견해를 달리해왔다. 특히 심 전 대표가 경기지사로 방향을 튼 유 전 지사를 '방물장수'라고 공격하는 등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지사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과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 내각에서 함께 장관을 지냈다. 김 의원은 2005년 1월부터 교육부총리로 일했고 유 전 장관이 1년 뒤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돼 5개월여 함께 일했다. 둘은 열린우리당 동료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11일 유 전 장관을 겨냥, "분열은 패배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도전자인 한나라당 원희룡 나경원 의원도 인연이 깊다. 오 시장과 원 의원은 16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의 핵심 멤버였다. 원 의원과 나 의원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특히 이들은 2006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후보, 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 나경원 대변인 등 트로이카 체제로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6년 서울시장 인수위 구성, 2008년 원 의원 지역구인 목동 쓰레기 소각장 광역화 문제 등으로 오 시장과 원 의원의 관계는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원 의원이 오 시장을 '강남 오렌지 시장'이라고 비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불편해지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를 지낸 인사들 간의 광주시장 경쟁도 화제다. 국민참여당 광주시장 후보인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무소속 후보 정찬용 전 인사수석과 2년 정도 함께 일했다. 민주당의 광주시장후보를 따내려는 이용섭 의원도 2005년 4월 혁신수석이 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같이 모셨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보좌관회의, 인사위원회 멤버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모두 불편한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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