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넬킨 지음ㆍ김명진 옮김/궁리 발행ㆍ316쪽ㆍ1만5,000원
신종플루 백신을 맞을 것이냐 말 것이냐. 집 주위에 소각장이 들어서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유전자변형농산물을 먹어도 좋을까.
전문가가 아닌 대중은 답답하다. 이런 고민을 풀어줄 과학기술 정보를, 대중은 주로 신문과 방송에서 얻는다. 때문에 언론의 객관성과 전문성은 몹시 중요하다.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황우석 사태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은 과학기술 보도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을 때 어떤 혼란이 벌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의 과학사회학자 도로시 넬킨은 과학기술과 언론매체의 관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주로 미국 언론을 분석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과학자들이 언론에 반영되기를 원하는 정보와 기자들이 주목하는 정보 사이의 간극이다. 과학자들은 연구의 결과뿐 아니라 연구의 성격, 검증 과정을 모두 중시하지만, 기자들은 정확성보다 연구 결과가 얼마나 더 화려하고 흥분되는지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보도가 스포츠 경기 보도와 비슷해지고 과학자를 영화 스타처럼 대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는 오래된 버릇이기도 하다. 1920년대 미국 최초의 과학 전문 통신사 편집인 에드윈 슬로슨은 과학기사가 갖춰야 할 요소로 "가장 빠르거나 가장 느린, 가장 뜨겁거나 가장 차가운, 가장 크거나 가장 작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것"을 제시하며 속보성과 화제성을 강조했다. 지금도 그게 통한다.
비난의 화살은 기자들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연구비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교한 홍보 기법을 사용해 성과를 과대 포장하며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공익성보다는 기업이나 조직의 이익에 더 가치를 두는 과학자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두 전문가 집단이 서로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대중들의 삶과 직결되는 과학기술의 안전성, 윤리성, 공익성에 무관심할 경우 상상을 뛰어넘는 참극이 빚어질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