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법정 스님은 입적 전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속세에서 쓴 글로 '빚'을 지지 않겠다는 깊은 뜻이었다.
법정 스님의 유지대로 책들은 절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는 14일 "스님의 말씀은 널리 퍼지는 것이 좋겠지만, 스님이 절판을 원하셨기 때문에 그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소유> 를 펴낸 범우사 윤형두 대표도 "어차피 스님의 인지를 받지 못하면 책을 더 찍을 수 없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으로 봐서 <무소유> 는 이미 절판됐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그러나 스님의 책을 절판할 경우 오히려 무단 복제판이 판치게 될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법정 스님이 남긴 책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고인의 뜻을 새겨보려는 이들도 많지만, 스님의 유지가 알려지면서 혹시라도 절판되기 전에 서둘러 책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입적 후 법정 스님의 저서 판매량은 5배가량 늘었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4일 예스24의 국내도서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법정 스님의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 , 법문집 <일기일회> 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이 1~3위에 올랐다. 이밖에도 <산에는 꽃이 피네> <인연 이야기> 등 모두 8권이 10위 안에 들었다.
인터파크도서 베스트셀러 10권 중 7권도 법정 스님의 책이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들은 아예 재고가 동나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소유> <홀로 사는 즐거움> <말과 침묵> <텅빈 충만> 등은 일찌감치 품절됐다. 김수환 추기경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관련 서적의 판매가 늘긴 했지만 이처럼 공급이 달릴 정도는 아니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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