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합니다. 무뚝뚝하지만 사랑에 빠진 눈빛과 슈크림처럼 달콤한 미소만을 당신에게 드리지요. 당신이 원할 땐 항상 곁에 있어줍니다. 당신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다만 유통 기한은 3개월." 사회자가 남자 인형 역을 하는 배우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리얼 러브' 중)
우리 시대, 극단적 사랑법이 연극으로 거듭났다. 파파프로덕션의 '리얼 러브'는 30대 독신 남녀가 찾는 대체 연애 현장을, 이다 엔터테인먼트의 '환상 동화'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 보인다. 앞엣것은 초연, 뒤는 2003년 변방연극제에서 초연된 이래 '무대 발견 시리즈' 등의 깃발 아래 꾸준히 상연되고 있다.
'리얼 러브'는 벽을 사이에 두고 원룸 생활을 하는 30대 남녀의 행각이다. 남자는 소방수, 여자는 주차 단속원이다. 외로움에 못 이겨 실제 사람보다 훨씬 완벽한 인형, '리얼 돌'을 들여놓고 벌이는 행태를 통해 나홀로족을 해부한다. 극 후반부에서 둘은 서로 끌어안게 되지만, 서로에게 리얼 돌이 될 뿐이다. 2008년 파파프로덕션의 창작 희곡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래 수 차례 워크숍으로 다듬어진 무대다. 이윤설 작, 이현규 연출. 4월 18일까지 행복한극장. (02)747-2090
'환상 동화'는 훨씬 더 은유적이다. 전쟁에서 폭격으로 청력을 잃은 청년, 공습으로 시력을 잃은 숙녀의 사랑 이야기다. 무용, 연주, 마임은 물론 마술까지 배우가 펼치는 무대는, 연극이란 결국 배우의 예술임을 증명해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영상 이미지들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김동연 작ㆍ연출. 4월 18일까지 행복한극장. (02)747-2090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