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분명 계파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닙니다."
11일 한나라당 서울시당 당사에서는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비공개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왔다. 책상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소리도 들렸다. 회의 중간에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과 만난 의원들은 한결 같이 계파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친이계와 친박계는 이날도 공심위원장 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친이계는 이종구 의원의 공심위원장 선임을 반대하면서 그 대신에 친박계의 진영 의원을 추천했지만, 막상 친박계는 진 의원을 반대하고 이 의원을 지지했다. 이 의원은 공식적으론 중립이지만 친박 성향을 띠고 있고, 진 의원은 친박계이지만 계파색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사라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희한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격론 끝에 강성의 친이계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나자 이들을 배제한 채 공심위 구성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친이계 의원들은 "공심위 구성에 하자가 있어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공심위 구성안이 100% 부결될 것"이라며 공심위원장 인선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당 공심위 구성 과정에서 친박계 이성헌 의원의 참여 여부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 두 계파는 이번에는 시도당 공심위 구성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심각한 계파 싸움을 벌여 오늘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만들어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지난 총선 공천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연일 계속되는 계파 싸움 때문에 정 대표의 다짐이 왠지 공허해 보였다.
김성환 정치부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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