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정보기술(IT) 산업의 강자로 군림했던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이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휴대폰, LCD TV 등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해 우리 업체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 게임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했던 게임 산업의 경쟁력도 크게 추락해 닌텐도를 제외하면 히트 게임을 출시하는 일본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일본 IT 산업의 몰락 원인을 진화론에 빗대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꼬집었다.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 섬의 생물이 본래 종과 다르게 진화한 것처럼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채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내수시장 중심의 제품 생산과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세계시장에서의 고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업체 GM이 내수시장만 겨냥해 대형차 위주의 생산전략을 고집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이폰이 몰고 온 스마트폰 열풍으로 한국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폐쇄적 IT정책으로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을 2년 동안이나 만날 수 없었던 게 대표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9월 아이폰 출시를 허용하자, 해외 언론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폐쇄적인 한국 이동통신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가 단단히 빗장을 건 사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동통신 환경을 완전히 뒤바꿀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변화의 바람을 좇아가려면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규제 위주의 IT정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다양한 운용체계(OS)를 갖춘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있는데도 인터넷뱅킹을 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만 쓰도록 하는 등 이용자들의 불편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걸리지 않으려면 개방적인 스마트폰 환경에 어울리도록 규제 일변도의 IT 정책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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