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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패러다임이 바뀐다] <5·끝> 세컨드 하우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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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패러다임이 바뀐다] <5·끝> 세컨드 하우스를 아시나요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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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중엔 서울市 답답洞 살고… 주말엔 전원市 풍경洞 살고…

수령 1,000년이 넘는 용문사 은행나무로 유명하고, 서울시의 1.4배(877㎢) 면적을 자랑하는 경기 양평군. 1970년대 12만명을 넘던 이 곳의 인구는 94년 7만6,000명까지 줄었으나, 최근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만명(9만2,529명)을 넘어서면서, 양평군은 2020년에는 인구를 13만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쇠락하던 양평군이 활력을 되찾은 건 주말주택 때문. 서울과 수도권의 중산계층을 중심으로 이 지역 전원주택을 소유한 경우가 늘어나면서 인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주말주택이 가장 많이 들어선 양서면은 지난해 2월 9,311명이던 인구가 올 2월에는 9,545명으로 늘었다.

2008년 중반 이후 서울 도심에서 동북ㆍ동남쪽으로 40~50㎞(직선거리) 떨어진 지역에 새로운 주택벨트가 구축되고 있다. 지도에는 서울 도심을 기준으로 2시~5시 방향의 부채꼴 지역인데, 행정구역으로는 경기 양평ㆍ가평군과 강원 서부, 충청 북부 지역이다. 도로 축으로 따지면 최근 개통한 경춘ㆍ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 도심에서 1시간30분 내외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2년간 순식간에 진행되는 바람에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업계는 2008년 이후 2,000~3,000여채가 지어졌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주택마케팅 전문업체인 홈덱스(www.homedex.com)는 양평군 명성리에 주말주택 단지를 개발 중이며,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OK시골도 강원 홍천군에 이어 충북 충주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 주택의 특징은 중산층을 겨냥한 '세컨드 하우스'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주말에는 도시의 '메인 하우스' 대신 '세컨드 하우스'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중산층(스플리터ㆍSplitters)이 등장했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계층을 노린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주택은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별장이나 전원주택과는 크게 다르다. 5, 6년 전만해도 전원주택은 최소 대지 1,000㎡에 130~160㎡의 주택을 갖췄으나, 중산층용 세컨드 하우스는 대지와 주택이 각각 3분의1로 줄었다. 또 가격도 1억~1억5,000만원 수준이다. 홈덱스 이승훈 사장은 "땅과 집을 합쳐 1억원대의 전원주택이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원 주택지로 인기 많은 양평군의 경우 최근 완공했거나 착공한 주택의 70% 정도가 소규모 주택"이라고 덧붙였다.

'세컨드 하우스'의 급속 보급은 ▦국민소득 ▦수요계층 ▦교통망 등의 요소가 한꺼번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 삼성경제연구소 이안재 수석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육박한데다가, 2010년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55~63년 출생자) 세대가 수요처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1987년 무렵부터 '세컨드 하우스'가 보급됐는데, 당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시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물꼬를 튼 '세컨드 하우스'의 보급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향후 10년간 최대 100만쌍 가량의 은퇴부부가 세컨드 하우스의 잠재적 수요자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은퇴 연령에 다다른 55년생의 경우 약 66만3,000명으로 추정되는데, 2011년(56년생)과 2012년(57년생)에는 그 수치가 각각 70만5,000명과 73만6,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2016년에는 84만4,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림부가 '베이비 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응답자의 30%가 '갖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부부의 규모(350만쌍)와 이들의 높은 구매욕구를 감안하면 향후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업계에서도 중산층을 겨냥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기업 계열사의 시장 진출과 함께 관련 전시회도 잇따르고 있다. SK건설 자회사인 SK디엔디는 '스카이 홈'이라는 브랜드로 67~100㎡ 가량의 중소형 하우스 모델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수도권에 골프빌리지 형식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분양했다.

또 홈덱스는 다음달 7일부터 서울 쎄텍 전시장에서 전문업체 30여곳이 참여하는 전시회를 열며, 전원주택 시공업체인 풍산우드홈 등도 세컨드 하우스에 적합한 45~100㎡ 규모의 주택모델을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주택 구입 희망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주중이나 소유자가 이용하지 않는 성수기에 임대를 놓는 방식으로 약 연 5% 안팎의 수익을 내는 상품도 곧 등장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 전문가 진단 "700만 베이비부머 은퇴 맞물려 주거문화 다양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요구가 산업 전반에 반영되고 있는데, 주거문화에선 세컨드 하우스의 등장이 대표 사례다. 최근 국내에서 세컨드 하우스가 급속히 보급되는 것도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우리 사회도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신호인 셈이다.

세컨드 하우스의 보편화는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다. 즉 ▦소득수준의 증가 ▦주5일제 정착에 따른 여가시간 증가 ▦IT기술에 따른 직업의 광역화 ▦교통망 개선에 따른 이동비용 저감 ▦700여만명에 달하는 베이비 부머의 은퇴 시작과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 등이 변화의 동인이다.

세컨드 하우스는 도심과 근교 농촌을 오가는 단순한 개념에서, 벗어나 앞으로 더욱 진화할 전망. 예컨대 농촌에 '메인 하우스'를 두고 도심에 소형 오피스텔을 '세컨드 하우스'로 두거나, 다양한 테마를 가진 지방도시를 계절별로 옮겨 다니며 살거나, 2020년쯤 인천공항 주변 또는 용산에 오피스 겸용 집을 두고 해외 여러 도시를 몇 개월씩 다시는 '다국적 스플리터'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의 유대강화 및 농촌 정주 정책시행을 위해 정부는 물론이고 주말주택이 들어설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개발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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