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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상 이변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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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상 이변과 바다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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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이변 뉴스가 하루도 끊인 날이 없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올 겨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다. 지구 반대편의 미국 동북부는 1m도 넘는 눈 속에 파묻혔다. 수도 워싱턴DC는 누적 적설량이 140cm에 달해 111년 만에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인근 볼티모어에서는 한술 더 떠 184cm나 됐다. 웬만한 사람은 머리 끝까지 완전히 눈에 묻혀버릴 높이다. 그런가 하면 북미 대륙 남서부, 멕시코, 브라질에서는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지구 곳곳이 '눈 폭탄'과 '비 폭탄' 공격으로 아수라장이다.

눈이나 비가 내렸다 하면 들이붓듯 하는 것은 수증기를 많이 품고 있는 구름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 구름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증발되는 수증기 양이 많아진다. 그러면 강수량 역시 많아진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최근 들어 눈이 많이 내리는 것도 황해의 표층 수온이 올라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황해를 건너오면서 많은 수증기를 얻기 때문이다.

바다는 기상과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류는 적도 지방의 열을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하여 지구의 기온을 조절한다. 영국이 위도가 높지만 겨울에 온화한 것도 멕시코 만류가 따듯한 바닷물을 고위도로 운반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버리면 현재의 해류 패턴이 바뀌게 된다. 그러면 따듯하던 곳이 추워질 수 있고 폭설이 내릴 수도 있다. 영화 <투모로우> 의 장면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

기상 이변이나 기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양 관측자료가 필수적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체온을 재듯이, 해양 상태를 관측해야 기상 이변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광대한 바다 구석구석을 관측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1월 말 세계 유명 해양연구기관장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모였다. 제11차 전지구해양관측협의체(POGO)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임은 선진 해양연구기관이 협력하여 전 지구 해양관측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다. 연구 인프라가 갖추어진 선진 연구기관들이 상호 협력하면 광대한 해양에서 관측 자료를 얻기가 쉽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회의를 주관한 러시아과학원 산하 시르쇼프 해양연구소는 바다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참석한 나라 면면을 살펴보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러시아 중국 등. 모두 내로라하는 해양강국이다. 이 회의는 1999년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가 주축으로 출발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2003년 가입하여 2004년부터 회의에 참석하였다. 내년 1월에는 우리나라가 총회를 주최한다. 기후 변화를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한 해양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지구온난화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일어난다는데 웬 폭설과 추위냐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도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도 국지적으로 추워지는 곳도 생길 수도 있다. 단기간의 기상 현상과 장기간의 기후는 다르기 때문이다. 며칠 반짝 추웠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또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관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위기의식을 조장하여 사람들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지구온난화를 나 몰라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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