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를 위해 올해 첫 해외 순방 일정까지 연기하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8~24일 예정이었던 괌 인도네시아 호주 순방을 21~26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일정이 바뀌면서 부인과 두 딸은 순방에 동행하지 못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순방 일정까지 바꾼 것은 건보 정국이 그만큼 여의치 못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핫 이슈가 된 개혁안의 하원 통과는 의회가 할 일지만 민주당 내부의 동요가 심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주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 연설을 통해 보험회사를 격한 어조를 비난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오하이오에서 다시 대중 집회를 여는 등 유세식 건보 집회도 더욱 급박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상원에서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하기 위해 과반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정(reconciliation)'절차를 발동하겠다는 입장을 공화당에 전달, 의회의 기 싸움도 본격화했다. 민주당은 의회가 부활절 휴회에 들어가는 26일 이전까지 개혁안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아래 첫 단계인 하원 표결을 늦어도 이번 주 내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통과된 상원 안을 그대로 표결에 부치는 것에 대한 민주당 하원의 반발이 거세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낙태 지원에 우호적인 상원안에 반대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고, 또 하원 표결 뒤 상원이 '조정'에 들어가기 위한 최종 수정안을 낼 때 하원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과반수인 216명 확보에 대해 "역사를 만들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지만, CNN 방송에 따르면 21명의 민주당 의원이 상원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하원 정족수 상 253명의 민주당 의원 중 38명의 반란표가 나오면 과반 확보에 실패하는데, 지난해 11월 하원안 표결 때도 39명이 반대표를 던진 적이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 '조정' 절차는
'조정' 절차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예산 법안을 처리할 때 상원에서 통상 필요한 60표 대신 과반수인 51표로 가결할 수 있도록 한 비상입법 절차다. 1974년 예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법안임에도 야당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 예산안이 정쟁의 볼모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게 도입 이유다.
그러나 상원 다수당이 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저지할 60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법안을 단독 처리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많았다. '조정'할 수 있는 법안은 단일 회계연도의 정부 지출ㆍ세입에 관한 것으로 제한돼 있지만 다수당이 법의 허점을 이용, "이 법도 예산관련 법안"이라며 '조정'을 남용한 것이다.
현재 공화당은 건강보험개혁안이 예산법안이 아니라며 '조정'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건보개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며 강행할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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