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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키워드로 보기] '짜릿한 순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골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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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키워드로 보기] '짜릿한 순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골 세리머니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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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골 세리머니 논란이 불거졌다. 불교 조계종이 일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골을 넣은 후 기도하는 것을 문제 삼고 나선 것.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10일 "골 세리머니에 종교적 행위가 나타나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보내 이른바 '기도 세리머니'를 자제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선수들이 골을 넣은 후 이를 축하하기 위해 펼치는 다양한 동작을 '골 세리머니'라고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콩글리시'다. 해외에서는'골 셀리브레이션(Goal Celerbration)'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골 세리머니'는 이미 국내에서 고유명사화 됐다. 조계종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정도로 현대 축구에서 골 세리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경기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더라도 독특한 골 세리머니가 준 인상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90년대 이후 보편화, 다양화

1986년 멕시코 월드컵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는 천편일률적이었다. 동료들과 끌어 안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기쁨을 나누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선수들의 개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불을 지핀 것은 '검은 돌풍'을 몰고 온 카메룬 선수들이었다. 개막전에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으며 축구계를 경악시킨 카메룬 선수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코너 플랙 근처로 몰려가 토속 춤을 추는 '혁명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골 세리머니의 고전이 탄생했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후반 쐐기골을 터트린 브라질의 베베토는 사이드 라인으로 달려가 아기 어르는 동작을 시작했고, 어시스트한 호마리우가 여기에 가세했다. 베베토가 득남의 기쁨을 표현한 이 세리머니는 이후 전세계적인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튀는 아이디어에 소품까지 동원

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골 세리머니는 선수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덴마크의 브라이언 라우드럽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며 팔 베개를 하고 옆으로 눕는 우아한 동작을 펼쳐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일랜드의 로비 킨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두 바퀴 구른 후 활을 쏘는 독특한 동작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다.

나이지리아의 아가호와는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스웨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무려 7바퀴 연속 공중 제비를 넘는 묘기를 선보였다. 난이도 면에서는 역대 월드컵 최고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에콰도르의 이반 카비에데스는 독일월드컵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전에서 골을 넣은 후 품 안에서 노란색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꺼내 쓰고 하늘을 가리켰다. 대회 직전 죽은 후배를 추모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사실이 경기 후 알려져 감동을 주기도 했다.

비행기에 오노 세리머니까지

월드컵에서 '세리머니'다운 행동을 처음 선보인 한국 선수로는 하석주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후'비행 세리머니'를 펼친 것.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는 대표팀이 연출된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동점골을 넣은 안정환 등이 코너로 몰려가 빙판을 지치는 시늉을 하고 이천수가 깜짝 놀라는 척을 했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안톤 오노(미국)가 김동성의 금메달을 가로챈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안정환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든 골을 넣은 후'반지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 장면은 모 통신회사의 광고에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도 세리머니'는 대표팀에서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는 레퍼토리다. 원조는 70년대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이영무 할렐루야 감독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성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 송종국(수원), 이영표(알 힐랄), 이천수(알 나스리) 등을 거쳐 박주영(AS 모나코)이'기도 세리머니'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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