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미국에 소형 전자제품 등 수출품을 하역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항공(JAL) 화물기의 화물칸은 늘 텅 비어 있었다. 항공편으로 수입하는 미국산 제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JAL 내부에 화물칸을 채울 방도를 찾으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그 때 한 직원이 생선초밥(스시) 붐 때문에 참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자료 조사를 마친 뒤 캐나다 동부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 향했다. 그 섬 주민들은 일본인들이 참치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참다랑어를 동물 사료 원료로 쓰고 있었다. 직원은 무릎을 쳤다.
▦JAL 직원은 참다랑어 한 마리를 트럭에 싣고 캐나다 동부 해안을 따라 36시간을 달려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JAL 화물기에 실린 참다랑어는 14시간 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하역됐다. 월요일 대서양에서 잡힌 참치가 목요일이면 도쿄 스시 전문점 테이블에 오르게 된 것이다(<스시 이코노미> ). 글로벌 참치 유통 루트가 개척되자 미국 동부 연안과 대서양, 지중해에는 첨단 장비로 무장한 참치잡이 어선들이 몰렸다. 서구 사회의 스시 붐과 맞물려 참치 값은 크게 뛰었고 어획량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 사이 대서양 참다랑어는 서서히 씨가 말라갔다. 스시>
▦일본은 세계 최대 참치 소비국이다. 일본인들은 연평균 57만 톤 이상의 참치를 먹어 치운다. 전 세계 소비량의 3분의 1이나 되는 양이다. 이 중 참다랑어 소비량은 세계 수요의 90% 이상인 연간 5만 톤이다. 참다랑어 개체수가 급감하자 각국의 어획량을 규제하는 국제기구들은 잇따라 일본에 대한 참다랑어 어획 할당량을 줄였다. 그러나 일본인의 참다랑어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일본인들은 어린 참다랑어까지 잡아 양식해 내다파는 방법으로 어획량 할당 규제를 교묘히 피해 갔다. 물량 감소로 손실이 생기면 값비싼 남방 참다랑어를 마구 잡아 보전했다.
▦세계야생기금(WWF)은 2007년 참치에 관한 보고서에서 대서양 참다랑어가 산란지인 인도양에서 90%가 사라졌으며, 2, 3년 내에 희귀 어종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경고가 현실화했는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회원국들은 13일 카타르에서 대서양ㆍ지중해산 참다랑어의 수출입 금지종 지정 방안을 논의한다. 참다랑어 보호 노력을 게을리해 국민들이 참다랑어 스시를 맛볼 수 없게 될 위기에 봉착한 일본. 세계 3위 참치 어획국으로 '태평양 참치의 파괴자'라는 비판을 듣는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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