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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 新성장시대 열어라] <1부> 소프트웨어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1. 불균형 IT 강국,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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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 新성장시대 열어라] <1부> 소프트웨어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1. 불균형 IT 강국, 희망은 있다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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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없이 IT강국 완성없다

경쟁력 중심축 소프트웨어로 이동중 하드웨어 위주 성장 전략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IT 생태계 구축으로 전환 필요 IBM,노키아,HP 등도 이미 소프트웨어 시대에 맞춰 변신, HW 살리면서 SW 보완하면 승산

기업 경쟁력의 중심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며 제조업의 운명까지 소프트웨어가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0.9%. 세계 300대 소프트웨어(패키지) 기업 리스트에서도 한국 기업명은 찾을 수가 없다. 대기업과 하드웨어 위주의 성장 전략에서 탈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IT 생태계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14일 재계 및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의 규모는 하드웨어(7,666억달러)보다 많은 1조346억달러(2008년 기준)이다. 이는 반도체의 4배, 휴대폰의 6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IT 생산액 중 하드웨어 비중이 73%, 소프트웨어는 8%로, 기형적 구조를 안고 있다. 특히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2002년 하드웨어를 추월한 뒤 갈수록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IT의 주도권이 이미 소프트웨어로 넘어간 지 오래인데 우린 아직 하드웨어에만 집착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공 신화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최대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인 안철수연구소의 재계 순위는 361위. 지난해 매출액(694억원)은 1위 마이크로소프트(584억달러)의 0.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파워까지 융합하면 오히려 21세기를 주도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IBM이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비중을 늘려 회생하고, 최근에는 노키아도 스스로 콘텐츠 회사로 규정지으면서 변신을 모색할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소프트웨어 시대를 준비 중”이라며 “그러나 빅뱅은 아직 시작 단계인데다가, 하드웨어의 강점을 계속 살리는 전략을 취한 HP의 경우처럼 기존 하드웨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며 부족한 소프트웨어 부분을 보완해 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암진단 촬영 결과 3D로 실시간 화면에… 토종SW '글로벌 도전장'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자리잡은 벤처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 회사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책상마다 3,4개의 대형 모니터에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찍은 화면들을 잔뜩 띄워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예전에는 필름으로 뽑아 하얀 형광판에 걸어 놓고 판독하던 것을 디지털로 저장,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2차원 CT 화면을 3차원(3D)으로 전환해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PACS나 3D 전환 소프트웨어면 며칠씩 걸리던 암 진단 결과도 사실상 촬영 즉시 알 수 있다"며 "병원 입장에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환자들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의 현재 국내 PACS 시장 점유율은 70%. 물론 처음엔 전 세계 PACS 시장의 강자라고 할 수 있는 GE, 후지, 아그파, 필립스, 지멘스 등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었다. 직원 300여명의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가 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제품력도 있었지만 답은 바로 R&D센터 옆 서비스센터에 있었다. 서비스센터의 직원들은 마치 콜센터의 직원처럼 의사들 질문에 응하고 있었다.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경우, 문제가 생겨도 본사에 연락을 해야 한다며 최소 1주일 뒤에야 조치를 해 주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책을 강구했다. 아예 병원에 상주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자생적인 경쟁력을 쌓은 인피니트헬스케어의 PACS 소프트웨어는 이제 2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 병원 방사선과의 업무 시스템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피니트헬스케어 소프트웨어의 시장 점유율은 말레이시아 28%, 대만 23%로, 아시아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사례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외산 소프트웨어와 국산 소프트웨어를 상표명을 떼고 동일한 조건 아래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총 17건 가운데 11건에서 국산 소프트웨어가 우월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들 의지와 정책적 지원이 잘 조화되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부는 꾸준히 각종 육성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삼성SDS나 LG CNS, SK C&C 같은 대기업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해외 시장 개척보단 안정적인 그룹 계열사 수주 물량에 안주, 사실상 그룹 전산실에 그쳤다는 비판이 적잖다.

특히 이렇게 수주받은 사업조차 하청과 재하청을 4,5차례나 거치다 보니 영세 소프트웨어 업체들 손에는 남는 게 없었다. 큰 돈이 안 되니 도전하는 사람들도 적고, 우수한 인력이 남아나길 기대하는 것도 힘들었다. 불법복제 등이 난무하고 유독 소프트웨어에 대해선 제 값 내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적 특성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젠 하드웨어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이미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하며, 제조업의 운명까지 좌우하고 있다. 전화기에 불과했던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며 어떤 소프트웨어로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사실상 무한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능기기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휴대폰의 응용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서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세운 데 이어 TV용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직거래 장터인 '삼성 앱스'(Samsung Apps)를 만든 것도 이런 배경이다. 애플이 결국 TV를 내 놓을 것이란 전망도 한 몫 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나 빌 게이츠 전 MS 회장처럼 소프트웨어야 말로 실패까지 용인될 정도로 기업가 정신이 절대적인 산업인데 우리 기업들의 경우 아쉬운 면이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비용 축소만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기 보다는 해외의 검증된 소프트웨어를 갖다 쓰다 제조업 위기로 이어졌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 뉴질랜드 버스 'T머니'로 요금 내

뉴질랜드의 수도이자 최대 무역항인 웰링턴시 시민들은 버스를 탈 때 서울시민처럼 교통카드로 결제(사진)한다. 특히 웰링턴 시민의 대중교통 요금의 결제와 정산은 우리나라에서 진행된다. 한국스마트카드가 2008년 티머니(T-money) 교통카드시스템과 교통ㆍ유통 결제 인프라를 수출한 것이다.

웰링턴시는 버스 400여대와 유통 가맹점 200여곳에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별도의 결제 및 정산 센터를 세우지 않고 이를 서버를 통해서 전송, 한국스마트카드에서 위탁ㆍ처리키로 했다. 물론 이 방법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티머니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서비스와 인프라를 결합,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 '콰드로버전스'(4개의 융합)의 대표적인 예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동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동욱 한국스마트카드 사업개발팀장은 "웰링턴에 이어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에도 교통카드 시스템을 수출하고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와 멕시코 등의 입찰에도 참여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융합 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제품의 서비스화를 추구하는 'IT서비스 2.0'도 주목된다. 신재훈 삼성SDS 팀장은 "차를 팔고 난 후에도 오일 교환 시기 등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 제조 업체처럼 이젠 제품 판매 이후에도 고객과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개념을 정확히 구분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IT 서비스를 펼 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소프트웨어인데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부 정책도 똘똘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원,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게 만들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가능한 한 많은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오히려 영세업체들이 연명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시장만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융합형 우수 인재의 확보도 문제다. 국내 최대 전사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의 권영범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결국 사람인데, 갈수록 소프트웨어쪽으로는 인재가 안 오고 있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융합을 위해선 소프트웨어와 해당 전문 분야의 지식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데, 융합형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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