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33ㆍ구속)가 14일 자백한 내용은 경찰이 그 동안 추정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은 이양의 시신이 부패가 심해 사망시점을 특정할 수 없는데다 살해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하지만 여러 정황증거를 통해 김길태가 이양을 납치한 지난달 24일 이양을 성폭행하고 곧바로 살해했다고 보고 그를 압박해왔다. 이날 김길태가 범행을 사실상 자백함에 따라 경찰은 '범죄의 재구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김길태는 이양을 납치한 지난달 24일 재개발지역인 사상구 덕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빈 집인 무당집에서 일어나 보니 방안 전기매트 위에 옷이 모두 벗겨진 이양이 숨져있었다고 자백했다. 김길태가 납치와 성폭행 및 살해과정을 아직 진술하지 않고 있지만, 정황상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양이 24일 저녁 안경과 휴대폰을 집에 놔둔 채 실종된 것으로 미뤄 김길태는 이양 집에 침입해 납치한 뒤 30m 정도 떨어진 인근 무당집으로 이양을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길태는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만 그 곳에서 이양을 성폭행한 후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 확실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시신 처리 과정은 김길태가 자세히 진술했다. 무당집에 있던 끈으로 이양의 손과 발을 묶고 방 안의 전기매트용 가방에 시신을 넣었다. 김길태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옷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50m 떨어진 또 다른 빈 집으로 이동했다. 이 집에서도 이전에 머무른 적이 있어 이동할 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태가 사체처리 장소로 이 집을 택한 것은 인근에 물탱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시신을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유기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김길태는 이양 시신이 든 가방을 주저 없이 물탱크에 넣고 근처에 있던 백색시멘트가루를 물과 섞어 넣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김길태가 시멘트가루를 구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자백내용이 확실하다면 빈 집에 원래 있었던 가루를 시신은폐에 활용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이 집에서 발견돼 석회가루로 추정됐던 물질은 실제로는 시멘트가루이며 시신에 뿌려진 가루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 난 셈이다. 김길태는 물탱크 뚜껑 위에 돌을 덮어 시신이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한 다음 도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길태는 지난달 24일 하루 행적에 대해서만 진술했지만 앞뒤 정황상 핵심 내용인 살해와 성폭행 혐의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경찰은 설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직전 보름간의 행적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해 도피과정과 추가범죄 여부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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