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먼 길을 떠났다. 스스로 지키고 가르쳤던 '무소유의 삶'은 맑고 향기로운 울림으로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수행자였다. 인간과 세상, 사회와 사회 사이에 없어서는 안될 것들과 있어서는 안될 것들에 대한 잣대와 방향을 제시한 시대의 등불이었다. 입적 소식에 우리 모두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스스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려는 무소유의 삶이다. 대표 산문집 <무소유ㆍ1976> 에서"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그것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되고, 결국 무언가에 얽매이게 된다"고 가르쳤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좆는 마음이 모든 갈등과 번뇌의 출발임을 새로 일깨웠다. 무소유ㆍ1976>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도 그의 지혜는 변함없이 드러났다. 1970년대 반독재ㆍ민주화를 위한 각종 성명에 빠짐없이 등장했으나, 수행자의 길에서 어긋남이 없었다. "불이 나면 너나 없이 나서서 불을 꺼야 하지만, 불이 잡힌 뒤에는 모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씀은 영원히 유효할 터이다.
그는 겸양과 소통을 강조하며 실천했다. 자신의 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다른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강론을 부탁했고, 교회나 성당을 찾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들어 자신의 모든 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불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래서 그를 가까이서 큰 어른으로 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봄 마지막 법회에서 법정 스님은 "각자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며 가꾸어 온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스님의 다비식이 열린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내려놓았던 모든 씨앗이 이 봄날에 활짝 피어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