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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류동·대구 범어동 등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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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류동·대구 범어동 등에 가보니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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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진 뒤 밖에 가는 것은 목숨 내놓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다.” 10일 오후 11시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의 한 골목.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마치 화성에 온 듯하다. 좁은 골목길 주변은 깨진 유리창 조각과 쓰레기 등으로 뒤덤벅이 돼 있다. 문이 열린 한 폐가로 들어서자 방마다 술병과 휴대용 부탄가스가 뒹굴고 있었다. 불 피웠던 듯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일대는 2007년 주거환경개선사업 및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돼 주민 대부분이 이주했다. 하지만 보상 문제 등으로 개발이 지연되면서 빈집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민영아파트 건축 사업 예정지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돼 빈집과 사람 사는 집이 뒤섞여 있다. 100여가구는 보상을 받은 뒤 집을 비웠고 50여가구는 그대로 살고 있다. 빈집에는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가 수북하다. 벽마다 시뻘건 페인트로 ‘철거’ ‘개XX’ 등이 적혀 있다.

빈집에 들어가 폐지나 고철을 주우려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가 하면 일부 집에는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 주민은 “동네에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바람에 가뜩이나 불안했는데 부산에서 여중생 납치 살해에서 끔찍한 범죄까지 일어났다니 너무 무섭다”며 “밤에 외출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개발을 앞둔 구도심 지역 대부분은 청소년들의 비행 장소와 노숙자 임시 거처지로 전락했다. 경찰서의 우범 지역 리스트에도 빠짐없이 올라 있다. 특히 부산 사건 피의자 김길태가 재개발 지역에서 숨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부산의 경우 시내에만 50여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개발이 지연돼 슬럼화하고 있다. 33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광주 역시 구도심과 가까운 남구 월산동나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도 마찬가지다. 학동에서는 수년 전 한 달 사이 6건의 방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집중 순찰을 펴기도 했다.

수원시 세류동의 경우 서부경찰서가 6, 7일 이 일대를 중심으로 집중 검문을 실시, 사기나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수배 중이던 용의자 10명을 붙잡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 사건을 계기로 재개발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부산 등 빈집이 많은 전국의 재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방범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상은 대도시의 대규모 재개발 지역으로 이주 세대가 3분의 1 이상이거나 재개발 공사가 중단된 뒤 장기간 방치되는 지역이다. 또 방범용 폐쇄회로(CC)TV, 보안등, 가로등, 안전 울타리 등도 설치하기로 했다.

대구= 전준호기자 jhjun@hk.co.kr

수원=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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