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3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은행 신임 총재 임명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태 총재의 후임을 찾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른 이름이 여럿이지만, 시장의 보편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 부각되지 않은 만큼 적임자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통화신용정책과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진 중앙은행 총재의 위상과 역할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정부가'내사람 타령'을 읊으며 허술한 잣대로 접근할 경우, 정책은 물론 정권의 신뢰까지 허물게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해외 언론이 새 한은 총재에 깊은 관심을 표시하며 정부의 금리동결 압력을 비판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한은은 정부 조력자'라고 비꼬았던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엊그제 금통위 결과에 대해 "경기부양과 고용촉진에 협조하라는 정부의 압력에 제동을 걸지 못해 인플레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총재가 한은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신뢰성ㆍ전문성ㆍ독립성등 3원칙과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은 역으로 새 한은 총재가 갖춰야 할 자질 요건을 잘 보여준다. 세계가 이례적인 확장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릴 준비를 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정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리더십이 핵심이다. 시장에서 불신 당한 전력이 있거나 정책 조율만 앞세울 이는 후보군에서 빼야 하는 이유다.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소신과 독립성에 집착하는 이도 부적절하다.
중앙은행 총재가 지녀야 할 품격과 도덕성까지 감안하면,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는 솔직히 적임자가 없다. 청와대가'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체를 점검하는 중앙은행의 안전판 역할'을 강조하며 "개혁을 이끌 리더십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비춰봐도 그렇다. 내 사람을 넘어 인재 풀을 넓히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리더십과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차선을 택하더라도 납득할 근거는 있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