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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지진 구호 속에 대통령 이·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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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지진 구호 속에 대통령 이·취임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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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칠레가 11일 역사적인, 그리고 실험적인 순간을 맞았다.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84%라는 높은 지지율을 안고 물러나고, 민주적 선거를 기준으로 50년만에 정권을 잡은 중도우파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전임자를 넘어서려는 의욕을 갖고 11일 취임했다.

바첼레트는 칠레의 경제발전을 이끌었고 최근 지진 피해 대응을 놓고도 칭송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해군의 쓰나미 경보가 늦어 희생자를 늘리고, 약탈 지역에 군대 파견이 늦은 부분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전체적인 대응은 훌륭했다"고 보도했다.

지진 바로 다음날 고속도로를 복구하고, 10일만에 1만2,000톤의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전기ㆍ상수도의 90%를 복구했다. 바첼레트는 10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즉각적으로 대응했다"며 "전력 등이 망가져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것이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지진 현장을 찾았다.

전임자의 높은 인기는 피녜라 대통령에는 부담이다. 특히 칠레는 우파에게서 받은 상흔이 깊은 나라다. 악명 높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1973년 쿠데타로 좌파민주 정권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살해하고 17년 동안 집권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1990년 민주주의를 회복한 후 칠레 국민들은 20년간 우파에게 정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동안 경제발전을 이뤄, 남미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대선에서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피녜라는 피노체트의 악령을 떨쳐내고 우파가 칠레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과제로 삼고, 전임 대통령이 추진하던 사회정책들을 그대로 잇겠다고 밝혔다. 또 "지진의 정부가 아닌, 재건의 정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사업가인 그는 인기 축구클럽 구단주 직도 사임했다. 22명 각료 상당수를 사업가 출신과 경제학자들로 구성했는데, 국방장관은 중도좌파연합 출신을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또 피노체트와 연관된 인사들은 각료 구성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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