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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급식이 정말 선거혁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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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급식이 정말 선거혁명인가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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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핵심 의제인 것처럼 등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해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안을 제출했는데 한나라당 도의회의원들이 그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일률적 무상급식은'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문제에 '색깔'을 칠한 이후, 무상급식 문제는 갑자기 정치적 쟁점으로 튀어 올라 그 이후 계속 통통 튀어 다닌다.

소득에 따른 유상급식 바람직

경남과 전북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행하고 있지만, 거기서는 이념 문제가 번지지 않았다. 경남은 도지사를 비롯해 다수 도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다시 경남도 교육감에게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며 빨간 물감을 퍼부었다.

그 이후, 보수는 저소득층에 한정해 무상급식을 하는 '시혜적 복지', 진보는 전면적 무상급식을 하는 '보편적 복지'로 쫙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에 시뻘건 페인트를 칠하니 진보 쪽에서도 선명한 이념을 주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급식문제가 꼭 그렇게 대립된 이념문제일까?

경남도 교육감은 급식 문제에서는 개혁적이었지만, 특목고·일제고사·시국선언교사 징계 등의 문제에서는 MB 교육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니 친환경 무상급식을 꼭 진보의 핵심 의제로 보는 대신, 얼마든지 '생활정치'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친환경 급식을 하면 소득이 늘어나는 농가는 좋아할 것이고,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한다는데 어떤 부모가 반대하겠는가. 또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원희룡 의원이 그것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했다고 해서, 그가 진보적 정치가로 변신하는 걸까?

저소득층에만 무상급식을 하면 된다는 보수적인 정책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베푸는 역할을 하니 구시대적이다. 좋지 않다고 나는 본다. 그러나 진보 쪽도 이 문제에 과도하게 정치적 이념을 주입하는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급식이 꼭 무상(無償)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진지하게 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무상이어야 진보적 정책의 빛이 난다고 여기면서 다른 논의를 막는다면 실수일 듯하다.

프랑스는 교육은 무상으로 하면서도 급식비는 부모의 소득과 연계하여 등급별로 내게 한다. 유치원부터 부모는 소득증명을 해야 한다. 나는 이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급식비를 교사들이 아니라 자치단체에서 관리하기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 받을 일도 없다. 이 방식을 따르면, 소득과 조세를 투명하게 만들고 소득재분배도 실행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사회적 계층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훈련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은 진보의 정치적 과제이지만, 복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는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이념적으로 선명한 정책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섬세한 정책이 필요한 셈이다.

이념보다 생활 밀접한 정책을

더욱이 무상급식을 핵심의제로 떠받들다 보면,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묻힐 수 있다. 교육에 국한하더라도, 주로 재정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무상급식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정책문제다. 반면에 학생과 부모, 그리고 교사가 직접 참여하는 변화는 어렵다. 학생 인권 문제는 그것의 극단적 예다. 한심한 두발규제를 하면서 저질 욕까지 하는 학교는 인권뿐 아니라 상상력도 말살한다. 인권하고 같이 가지 않는 무상급식은 위험할 수 있다. 자칫하면, 입시공부만 시키면서 학원 '시다바리' 노릇만 하는 학교를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오히려 공부만 더 시키는 수상한 괴물이 될 수 있다.

친환경적으로 잘 먹고 입시공부만 잘 하면 되는 학교? 선거혁명은커녕 정작 중요한 변화를 '친환경적으로' 막아버릴 끔찍한 쇼가 벌어지는 게 아닐까.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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