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택 지음/ 문학동네 발행ㆍ280쪽ㆍ1만3,800원
김용택(62)이 선생님으로 산 세월은 시인으로 살아온 세월보다 10년이나 길다. 1970년 처음 교사로 부임, 2008년 모교인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에서 교직을 마감할 때까지 38년 동안 어린 학생들과 더불어 살았다.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는 그가 교사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적어둔 짧은 산문에 미발표 시 여러 편을 보태 묶은 책이다. <섬진강 아이들> 등 몇 권의 산문집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한 세월을 꾸준히 기록해왔던 그의 작업이 이번 책으로 마무리될 모양이다. 섬진강> 아이들이>
책에 실린 128편의 글은 그의 삶과 문학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알게 한다. 상급생 언니들이 괴롭힌다며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김씨는 새삼 감탄한다. “하는 짓은 어찌나 저리 예쁜지. 사람이 저렇게도 계산을 안 하고 자기의 생각을 저렇게나 강렬하게 주장하다니, 놀랍다.” 그리운 제자들을 하나씩 글로 불러내던 김씨는 그 글의 끝에 이렇게 고백한다. “너희들은 내 고단한 인생의 길을 환하게 밝혀준 스승들이었단다. 보고 싶구나.” 그는 교단에서 대면했던 교육계의 척박한 풍토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직업’이 꿈인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 모두 불쌍하고 초라하게 합니다.”
이젠 전업 작가의 외길을 걷고 있는 그가 시인의 각오를 가파르게 다짐하는 글들도 인상적이다. “내 시집들을 들춰보니, 가관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함부로 했던가. 정말 말이면 다인가? 버릴 수 있다면 몇 편만 빼놓고 다 버리고 싶다.” 내처 ‘아름다운 고립’을 선언한다. “나는 그 어디에도 고개를 숙이기 싫다. 그 어떤 종적인 관계도 나는 싫다. 나는 세상의 진실을 노래하는 시인이고 싶다. 아득한 저쪽, 외로운 청년의 푸른 어깨에 매인 청춘의 그 팽팽하고 푸른 끈을, 그 막강하고도 두려움 모르는 외로움을 나는 아직 놓지 않았다.”
꾸밈말 없이 무뚝뚝한 단문으로 쓴 그의 산문은 특유의 고졸한 멋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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