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은 불가의 수행자였지만, 탁월한 문장력의 산문가이기도 했다. 구도 생활을 통해 얻은 사유를 잔잔하고도 명징한 필치로 풀어낸 그의 글은 대중의 커다란 사랑을 받고 그들에게 감화를 주었다. 그의 문장은 부처의 가르침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쉬운 글로 옮겨 전할 방법을 끝임없이 궁리했던 고민의 산물이었다.
1976년 출간된 첫 에세이집 <무소유> 는 그를 명문장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작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는 가르침은 산업화시대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일으켰다. 1990년대 중반 전직 대통령들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 폭로되면서 다시 인구에 회자된 책이기도 하다. <무소유> 는 지금까지 330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소유> 무소유>
1990년대초 화전민이 버리고 떠난 강원도 산골의 오두막으로 들어간 뒤 출간한 <버리고 떠나기> (1993),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1995) 등도 대중의 사랑을 받은 에세이집이다. 스님은 또 1960년대 말 동국대 동국역경원 편찬부장을 지내면서부터 불경 번역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숫타니파타> (1994), <신역 화엄경> (2002) 등이 대표적이다. <일기일회> (2009) 등 여러 권의 법문집도 냈는데 특히 스님과 친분이 있던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 (1998)는 2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산에는> 일기일회> 신역> 숫타니파타> 새들이> 버리고>
법정 스님의 유려한 문장은 타고난 문재(文才)뿐 아니라 쉼없는 독서의 힘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일로 이어져야 하고 잠든 영혼을 일깨워 값있는 삶으로 눈을 떠야 한다”고 마음으로부터의 책 읽기를 강조했다. 최근 출간된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은 스님이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300여권의 책 중 50권을 간추려 소개하고 있다. 정약용의 <흠흠신서> , 소로의 <월든> , 최인훈의 <광장> 까지 폭넓은 독서 편력을 보여준다. 광장> 월든> 흠흠신서> 법정>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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