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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의 진술 오락가락 치밀 각본? 기억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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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의 진술 오락가락 치밀 각본? 기억 장애?

입력
2010.03.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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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 번복은 애초에 치밀하게 의도된 것인가, 아니면 정말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것인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법정에 세운 결정적 장본인인 곽씨가 법정에서 검찰 진술과는 다른 모호한 증언을 연발하자 갖가지 해석이 따르고 있다.

우선 곽씨가 검찰 조사단계에서부터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의도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다. 이 같은 해석은 애초부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었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거짓이거나, 돈을 건네주었으면서도 일부러 돈 준 정황을 거짓으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즉, 검찰의 무리한 압박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해주는 대신 검찰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일정부분 방어하고, 한 전 총리 부분은 재판에서 진술을 일부 바꿈으로써 한 전 총리를 배려하는 전략을 취했을 가능성이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치밀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검찰이 곽 전 사장의 불법 재산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관련 진술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이른바'빅딜' 의혹이 제기하면서 곽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돈을 건넨 정황에 대해서는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돈을 건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진술은 바꾸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법원은 통상 돈이 건네진 상황에 대해 공여자의 진술이 바뀔 경우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곽씨로선 검찰을 완전히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기소되기 전부터 "노회한 곽 전 사장이 자신과 한 전 총리를 모두 살리기 위해 검찰에서 금품 액수나 전달 장소 등을 일부러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 구속되기 전부터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고, 최근에는 전신 마취도 몇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대개 기억력이 떨어져 과거 상황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곽씨의 진술번복이 검찰에 불리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법원은 금품공여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경우 무죄 판결하는 게 상례다.

2003년 진승현씨 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사건에서 법원은 "권 전 고문 자택 현관에서 거실 소파가 보였다"는 진씨 증언과 달리 실제로는 소파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시, 무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아무리 사소한 대목이라도 신빙성을 의심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곽 전 사장의 증언은 "돈을 직접 건네주었다"에서 "돈을 의자에 놓고 왔다"는 수준으로 후퇴한 상황이다. 이 증언은 유지될 경우 실체적 진실 측면에서, 번복될 경우 일관성 및 신빙성 측면에서 모두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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