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출렁인다. 잔잔한 바다처럼 고요할 때도 있지만 거센 파도처럼 요동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 사례가 잘 보여준다. 지난해 상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전세계 서민들의 아이콘이었다. 1년 전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65~70% 가량이었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5% 가량으로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더욱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권교체 신화를 이끌어낸 하토야마 총리의 지지율은 요즘 36.3%(교도통신 조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민주당 내각 출범 직후 지지율이 7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떨어진 셈이다.
민심이 참으로 까다롭고 무섭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두 지도자가 대단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같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잡아 먹히고 만다"고 말한 것도 무서운 민심을 염두에 둔 것이다. .
정치인의 지지율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래서 폴러코스터(pollercoaster)라는 말이 있다. 치솟았다가 곤두박질치면서 내닫는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와 여론조사를 뜻하는 폴(poll)을 합친 말이다.
대체로 집권자의 지지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갖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임기 말인데도 8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음에는 높았다가 나중에는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줬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큰 틀에서 양김씨와 비슷했으나 구체적 추세는 조금 달랐다. 임기 초반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바람에 오히려 중간에 반짝 상승할 때도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떠올리게 된다.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과 유력한 '미래권력' 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수개월째 대치하고 있다. '강도론' 발언으로 거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백년대계'를 내세워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역설한다. 반면 박 전 대표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뢰론을 내세워 원안대로 9부2처2청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갈등의 원인은 우선 국정 철학과 스타일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지도자가 서로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국민 지지율이 괜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0% 가량이다. 여권은 집권 3년차 지지율로는 비교적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30%를 넘는다. 여러 대선주자 중 선택한 수치이므로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조그만 실수를 해도 민심이 호랑이처럼 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권력비리 게이트가 터지거나 대통령이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민심이 곧바로 돌아선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또 박 전 대표도 동료 의원들이나 국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하지 않을 경우 자신도 모르게 독선으로 빠질 수 있다는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 민심은 롤러코스터처럼 변화무쌍하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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