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 조직 중 일선 초중고교의 체육ㆍ 보건 업무와 평생학습을 관장하는 평생교육국을 폐지하는 대신 초등교육정책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편 조례안을 자체적으로 발의한 뒤 가결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조직개편안은 집행부인 시교육청 주도로 만들어져 시교육위를 통해 처리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교육위의 이같은 조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2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위는 임시회 마지막 날인 11일 '시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정, 가결했다. 이인종 교육위원 외 5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평생교육국을 없애고 교육정책국을 초ㆍ중등으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설되는 초등교육국에서는 유아교유, 특수교육, 초등장학 및 교육과정의 운영지도에 관한 사항 등을 맡게 된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인종 위원은 "유아교육과 특수교육 등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기초 기본교육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교육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개편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청 주변에서는 개정안 마련에 간여했던 교육위원들이 대부분 초등교원 출신 이어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기 식구를 챙기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시교육위가 자체적으로 조직개편 조례안을 발의해 가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개편안 내용으로 미뤄 초등국장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놓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최근 교육비리로 교직사회의 지연ㆍ학연 문제가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초ㆍ중등이 분리되면 더 심각한 비리가 생길 수 있다"며 "시교육위가 교육감 선거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속보이는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측은 조직개편안 발의 사실이 알려지자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시교육위 측은 공개 표결을 통해 총 15명의 위원 중 14명이 참석해 찬성 12명으로 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위 의장국 관계자는 "전체 교육위원 15명 가운데 초등 교원 출신은 6명에 불과해 '밥그릇 챙기기'로 봐선 곤란하다"며 "특히 폐지된 평생교육국장도 초등교원 출신이기 때문에 초등교육국 신설이 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인종 위원은 "조직 개편안에 대해 1년 이상의 논의가 있었고 집행부와 사전에 합의 했던 사안"이라며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 교육위 임기 내에 하지 못하면 추진을 장담할 수 없어 심사숙고 끝에 조직개편 조례안을 가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위가 처리한 개정 조례안이 발효되려면 서울시의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찬반 논란이 적지 않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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