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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의 해-생물의 씨가 마른다, 인류가 위기다] <2> 다양성이 주는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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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의 해-생물의 씨가 마른다, 인류가 위기다] <2> 다양성이 주는 혜택

입력
2010.03.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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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에는 소를 죽이는 파리가 산다. 이름은 체체파리.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소들이 이 파리에 물려 희생됐지만 치료약도 뾰족한 대책도 없다. 소를 키워 팔아야 하는 현지 농민에게 체체파리는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다.

최근 우리 과학자들이 국제공동 연구를 통해 체체파리로부터 소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생물다양성 연구의 결과였다.

종별 비교연구를 통해 찾은 의학정보

동부아프리카의 재래종 소 보란은 체체파리에 물리면 신경마비가 일어나 수개월 안에 죽는다. 하지만 서부아프리카의 재래종 소 엔다마는 끄떡없다. 같은 소라도 종이나 서식지에 따라 체체파리 독성에 대한 저항성이 다른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오성종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케냐 국제축산연구소 스티브 캠프(영국 리버풀대) 교수팀과 함께 엔다마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특정 유전자에 다른 소와 다른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면 체체파리 독성에 대한 예방이나 치료법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체파리는 사람도 문다.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잠이 쏟아지는 수면병에 걸리고,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금은 열대지방에만 살지만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 체체파리가 언제 어디서 발견될지 모를 일이다. 대비가 상책이다. 다행히 국내 연구진은 아프리카 소의 종 다양성을 비교연구함으로써 미지의 열대질병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보했다.

다양한 생물 종 연구는 인류의 생활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은 세계 생물자원의 과학적 산업적 가치를 약 700조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각국에선 현존하는 생물의 표본과 조직 유전자를 보관하는 생물자원은행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하등생물 정보도 유익

2005년부터 기생생물자원은행을 운영해온 엄기선 충북대 의대 교수는 최근 탄자니아 세렝게티국립공원 야생동물연구센터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약 20년 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처음 발견한 아시아촌충(아시아조충)의 모양이 사자를 비롯한 아프리카 초원의 육식동물 몸에 기생하는 촌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촌충의 기원이 아프리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생충은 물론 퇴치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기생충의 종 다양성 정보는 중요한 연구자료다. 엄 교수는 "오랜 세월 사람은 물론 동물의 몸에서 기생해오며 유전자에 숙주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기생충은 '살아 있는 화석'"이라며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인류 문화와 식습관의 역사를 추적하는 인류학 연구에도 중요한 생물"이라고 말했다.

기생충 같은 하등생물의 과학적 가치도 인정 받는 마당에 고등생물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생물다양성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도 생겼다. 이에 CBD 당사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막고 생물자원 연구로 얻는 이익을 공유하자는 내용을 담은 국제규범을 만드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환경 지키는 우리 종

바닷물 표면에는 톡톡 튀면서 움직이는 미세한 알갱이가 있다. 몸길이가 1mm밖에 안 되는 이 생물은 요각류다. 수만 가지 종이 전 세계에 분포한다. 이재성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그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사는 한 종을 실험실에서 기른다. 이 교수의 목표는 이 요각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독성시험종으로 등록하는 것.

화학물질을 수출입할 때 OECD 국가들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독성시험종으로 실험한 데이터로 제출한다. 현재 OECD 공식 독성시험종은 대부분 서양 동식물이다. 재래종으로 실험해야 화학물질이 우리 땅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대륙송사리와 새뱅이(민물새우) 곳체다슬기 같은 재래종도 독성시험종으로 연구되고 있다. 결국 국내 자생생물의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건 우리 환경을 지키는 밑거름도 된다.

생물들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하며 영양분과 천연자원을 자연스럽게 순환시킨다. 어느 한 생물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에 구멍이 뚫린다. 구멍이 많아질수록 자연순환의 균형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 김창배 상명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생물다양성의 보존이야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가장 근본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 다양한 자생식물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 환경부, 지식발굴 시작

조선시대 희빈 장씨는 숙종이 내린 사약을 마시고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그 사약의 재료가 바로 천남성이라는 자생식물이다. 독성이 강한 이 식물은 한국과 중국의 산 속 습한 그늘에서 자란다.

희한하게도 옛날 전북 지방에서는 담이 결릴 때 천남성의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든 뒤 밀가루 반죽에 섞어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끓이는 동안 독성이 중화되지 않았나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반도 중부 이남의 산기슭에 흔히 자라는 덩굴식물 하늘타리는 한방에서 진해 거담 해열 소염 약으로 쓰인다. 우리 조상들은 소가 설사를 하거나 힘이 없을 때 하늘타리 뿌리를 위장약 삼아 먹였다고 한다.

미국과 인도 코스타리카에서는 1980년대부터 자국의 자생동식물을 활용한 전통지식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미대륙 원주민이 현지 식물 4,000여종을 약품과 음식 섬유 염료 등 4만4,000여 가지 용도로 활용해온 사례를 모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생물다양성을 생활에 적절히 활용한 옛 사람들의 지혜까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도 이 같은 전통지식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최근 한국도 늦게나마 환경부를 중심으로 4,000여 종의 한반도 자생식물에 대해 민간에서 구전돼오는 지식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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