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비리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승진ㆍ채용 같은 인사와 학교시설물ㆍ부교재 사용을 둘러싼 금품수수, 학원과의 유착 등 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리 의혹이 교육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리의 만물상이라 할 만큼 학교 내 부조리는 다양하고 더러는 악질적이었다. 찬조금 등 학부모 금품요구는 여전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0일 공교육살리기연석회의 등 36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가진 '교육비리 추방과 맑은 교육'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월부터 접수된 교육비리 관련 제보 및 상담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 및 상담내용으로 보면 비정규직 교원채용과 관련한 학교 고위층의 금품비리 문제가 가장 많았다. 모 교장은 임시직(보건, 특수, 사서) 교사에게 뇌물을 강요해 사서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고 일선교사가 제보했다. 한 기간제 교사는 "교감이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으며 그만둬라, 해직시킬 수도 있다라고 말해 큰 금액은 아니지만 (돈을) 상납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선물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교사는 "재임용 시기가 다가오는 기간제 교사들은 자신들끼리 몇 십 만원씩 각출해 교감과 교장에게 전달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일부 학교 교장은 연구학교 지정을 위해 교사들의 돈을 걷어 교육청에 상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구 학교 지정에 관여한 한 교사는 "교장의 지시로 2008년 3월 연구학교 지정을 받기 위해 연구교사 7명이 20만원씩 걷어 모 교육청 국장에게 전달했다"며 이에 대한 고소ㆍ고발이 가능한지 물었다. 연구교사들은 승진에 필요한 연구점수를 얻게 되는 점을 들어 교장이 이들로부터 돈을 걷었다는 것이다.
학교 시설물 사용관련 비리의혹도 여러 건이 나왔다. 일부 학교는 교실이나 운동장을 민간에 빌려주고 받은 대여료를 교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또 다른 학교는 시설 이용자에게 30만~50만원의 현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접수됐다. 방과후학교 업체선정과 부교재 채택관련 금품비리 제보도 빠지지 않았다.
한 제보자는 "초ㆍ중학생 대상의 교육장배 경시대회의 경우 관련 공문을 특정 사설학원에만 보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응시조차 못하고 있다"며 경시대회를 둘러싼 학교와 학원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찬조금 요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었다. 특목고 입학예정인 한 학부모는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학부모회 총무라면서 학부모회비라며 70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학급 반장 어머니가 자모회를 결성했다며 어머니에게 학급비 명목으로 10만원을 요구했다고 고교생이 직접 상담을 하기도 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숙자 정책위원장은 "장학사 승진비리는 빙산의 일각임을 보여주기 위해 제보내용을 공개하게 됐다"며 "자율형 사립고 등 학교장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비리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폭로한 내용의 구체적인 근거를 17일 공개할 예정이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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