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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싱크탱크 DNA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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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싱크탱크 DNA가 바뀐다

입력
2010.03.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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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스페셜리스트' 전성시대를 맞았다.

리서치센터는 증권사의 싱크탱크(두뇌)에 해당하는 곳. 직접 돈을 굴리는 곳은 아니지만, 증시 시황 및 경기를 진단하고 기업 가치를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종의 '사령탑'에 비유된다.

그렇다 보니 리서치센터가 내는 리포트, 의견에 따라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판다. 특히 리서치센터장(리서치 헤드)은 회사의 하우스뷰(공식 입장)를 책임지고 대변하는, 두뇌 중의 두뇌이다.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장을 고를 때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체바람

증권가에선 새로운 회계연도 개시(4월)를 앞둔 요즘이 전통적으로 리서치인력 스카웃 시즌이다. 특히 올해는 리서치센터장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는데, 세대 교체와 맞물려 리서치센터장의 출신성분도 변하고 있다. 시황과 경제 여건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투자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 이코노미스트)에서 개별 종목 및 업종을 분석하는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 시장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보다 특정 업종이나 기업에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리서치 헤드 자리에 두루 포진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얼굴들

최근 3개월 사이 리서치센터장을 교체한 5개 증권사를 보면, '젊은 피'애널리스트들의 발탁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 2일 승진ㆍ임명된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신임 리서치센터장은 은행 및 카드 업종에서 이름을 날리던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흥국증권도 조선 및 자동차 담당 애널 출신의 조인갑 전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팀장을 리서치센터 수장으로 맞아들였다. 지난달 업계 최연소(1973년생) 센터장 임명으로 화제를 모은 SK증권 이동섭 리서치센터장도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애널리스트였다.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학주 전 센터장에게서 작년 12월 말 바통을 이어 받은 삼성증권 유재성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금융 애널리스트 가운데 손꼽히는 전문가다. 현대증권 오성진 센터장의 경우 투자전략가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애널리스트 경력 보유자다.

사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신설 붐이 일고 스타급 리서치센터장 확보를 위해 치열한 스카웃 경쟁이 벌어지면서, 리서치센터장 후보로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이 급부상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선 대우의 양기인(철강), 대신 구희진(IT), 우리투자 박종현(IT), 미래에셋 황상연(화학), 신한투자 문기훈(건설), 유진 조병문(금융), IBK 임진균(제약) 센터장 등이 스타급 애널 출신으로 포진해 있다. KB투자 김철범 센터장도 외국계 증권사에서 금융 애널리스트 경력을 쌓았다.

물론 투자전략가 출신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하나대투 김영익, HMC투자 이종우, 하이투자 조익재, 메리츠 윤세욱, 동양종금 서명석 센터장 등은 여전히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건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리서치센터장 경력만 최소 5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왜 애널리스트인가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의 부상이 세대 교체와 맞물린 현상으로 보고 있다. 리서치센터장의 연령대가 80년대 초반 학번에서 85학번 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있는데, 과거엔 투자전략가가 많았지만 이들 젊은 세대에선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로서 한 우물을 파온 인력 층이 훨씬 두터워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제네럴리스트 보다는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하는 세대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투자전략가와 애널리스트는 스타일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리서치센터장으로서 장단점도 다르다. 투자전략가 출신은 시황 및 각종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시장의 큰 흐름을 읽어내 개별 종목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톱-다운(top-downㆍ하향)' 방식에 강한 반면, 애널리스트 출신은 개별 기업 가치를 분석해서 투자전략을 세우는 '보텀-업(bottom-upㆍ상향)' 방식에 길들여 있다. 그러다 보니 평가도 엇갈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헤드는 내부의 다양한 견해를 종합해서 대표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선 거시를 보는 투자전략가 출신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 중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히는 김학주 전 센터장도 결국 투자전략가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사 영업 환경에서 '보텀-업'방식의 투자 전략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흐름이 전체 시황 보다 개별종목 쪽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 점에서 기업분석 능력을 갖고 전공 업종은 물론 시장 전반을 충분히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 출신이 유리하며 이들의 시야가 좁다는 선입견은 기우"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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