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 서울의 사립대인 S대 화학과 교수인 차모(32)씨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3층에 위치한 자신의 실험실로 들어섰다. 실험에 열중하던 2, 3명의 학생들은 지도교수인 차씨에게 인사했고 맞은편에는 주임교수도 있었다. 차씨가 2008년 6월 중국의 일류대학을 졸업한 후 광화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국인으로 2008년 9월 이 대학 교수로 특별 채용됐다.
차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료를 가열해 혼합하는 실험을 한 4시간여 동안 누구도 차씨의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뭔 실험을 하는 지도 몰랐다. 차씨의 실험재료는 ‘감마 부티로락틴’과 가성소다인 ‘하이드록사이드 파우더’. 이 중 감마 부티로락틴은 1종 마약원료다.
차씨는 이후 혼합물질의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해 건조기에 넣은 뒤 퇴근했다. 다음날 오후 8시 연구실에 다시 들어선 차씨는 건조기 안에서 완성된 물질을 확인했다. GHB(Gamma Hydroxide Butyrolactone),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을 ‘뚝딱’ 만드는 데 2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GHB는 성범죄에 악용되는 마약으로 복용 후 24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배출돼 사후 추적이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그간 발견된 적이 없는 신종마약이다. 하루 정도를 투자해 만든 GHB는 모두 320g. 시가로 무려 6,400여만원에 달한다.
차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이용해 GHB를 팔려다 경찰의 유인구매에 걸려들었다. 마약판매 정보를 파악한 경찰이 지난 5일 GHB를 사겠다며 차씨를 서울역으로 유인, 체포했다. 차 씨는 지난해 11월 유사 GHB샘플을 만들어 채팅방에서 만난 또 다른 중국인 차모(26ㆍ여)에게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화학교사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직접 마약을 만들어 파는 내용의 미국드라마가 한국에서는 현실에서 벌어진 셈이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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