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등의 자격으로 각종 스포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기도 세레모니’를 놓고 기독교계와 불교계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최근 끝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 해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지난달 24일 경기를 생중계하던 중 흥분해 “주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금메달을 땄다”고 발언했다가 비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샀다. 불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혜경 스님)는 이 발언을 종교편향 행위로 판단하고 SBS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각각 사과와 징계 심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또 지난 4일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석 달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에 기독교인 선수들의 기도 세레모니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위원회는 공문에서 “선수 개인의 종교도 존중돼야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돼야 한다”며 “사전 교육을 통해 골 세레모니에 종교적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불교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기독교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9일 ‘스포츠 선수까지 관리하려 드는 불교계’라는 논평을 내고 불교계의 문제 제기를 “개인의 신앙과 표현을 제한하는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경기 전 성호를 긋는 모습도 있었으나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덧붙인 교회언론회는 “축구 선수는 공직자도 아닐뿐더러 선수들이 승리감에 세레모니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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