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재기 등 도서 불법유통을 감시하는 출판물 불법신고유통센터 운영위원회(위원장 김형성)가 4종의 책을 사재기 혐의로 문화관광부에 신고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해당 출판사가 자신들의 책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온라인서점에서 한 사람이 반복 주문하거나, 다른 이용자의 아이디로 같은 책을 같은 주소로 여러 권 구매하고, 한 사람이 같은 책을 여러 서점에서 주문하는 방식으로 사재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 사이에 온라인서점인 예스24, 인터파크의 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이다. 해당 출판사들은 강하게 부인하지만,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계의 고질적 병폐인 사재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며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온라인서점의 시장이 커지면서 그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출판사 직원이 대형 서점을 돌며 특정 책을 무더기로 사게 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다. 출판계에 따르면 인터넷 독서클럽의 회원들을 이용한 사재기는 물론 전문 대행업체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 값에 버금가는 경품을 내건 특정 출판사 재테크 관련 책을 산골마을에서 수 십 권 구매하는 유령독자까지 생겼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야만 계속,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출판사로서는 광고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판매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쉽게 유혹에 빠진다.
사재기에 의한 베스트셀러 조작은 명백한 사기행위다. 출판시장에서 양서가 설 자리를 빼앗음으로써 출판산업에는 물론 국민 독서문화에도 해악을 끼친다. 정부가 사재기가 적발된 출판사의 모든 책을 3년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빼도록 하는 등 제재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감시와 단속만으로는 안 된다. 사재기를 부채질하는 몇몇 대형 서점 중심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베스트셀러에만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독서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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