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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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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해 보니…

입력
2010.03.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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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은 딱 5분. 우리 아이의 안전을 위해 세 명의 인상착의와 신상정보(사진, 이름, 나이, 거주지, 직장, 범죄사실)를 기필코 머리에 구겨 넣어야 한다. 엄마의 낯은 굳어지고 손은 떨렸다. 범죄사실을 읽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놀랐다. "너무 평범하고 심지어 친근하기까지 한 인상이라…."

세 딸(6, 3, 2세)을 둔 성윤식(36)ㆍ김민정(29)씨 부부는 10일 낮 막둥이를 들쳐 업고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았다. 이 지역에 사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었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미루다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납치살해사건에 놀라 만사를 제치고 나선 것.

이들은 며칠 전 인터넷으로 성범죄자를 열람할 수 있다는 '성범죄알림e'(sexoffender.go.kr)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열람가능 건수는 '0'이었다. 2010년 1월 이후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법원에서 공개명령이 선고된 자에 한정된다는 설명이 따랐다.

9일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자녀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신분증을 가지고 직접 오라고 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주부가 발걸음 하는 건 너무 어려우니 빨리 인터넷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성씨는 10일 오전 외근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인과 막내를 챙겨 경찰서로 갔다.

아뿔싸, 갖가지 서류를 챙기고 서두르느라 성씨는 정작 본인의 신분증을 챙기지 못했다. 부부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규정상 부부라도 신분증이 없으면 볼 수 없다"고 했다. 부인 김씨만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전용PC가 있는 여성상담실에 들어갔다. 김씨는 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했다.

부부가 사는 동네에 열람 가능한 성범죄자는 세 명이었다. 하지만 5분간 볼 수 있을 뿐 사진을 찍지도, 간단한 메모도 할 수 없었다. 경찰청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 메모 정도는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는 "예상보다 숫자가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부부는 이들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했다. 열람대상 성범죄자가 일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열람대상 성범죄자는 전국적으로 346명이지만 열람을 할 수 없는 성범죄자는 980명이나 된다. 열람 여부는 법원이 동종전과나 범인의 성정 등을 따져 판단한다. 쉽게 말해 열람대상보다 3배 가까운 성범죄자가 주변에 살고 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경찰은 "열람대상은 1개월에 한번, 비(非)열람대상은 석 달에 한번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부부가 조심스럽게 "이중 전자발찌 찬 사람도 있냐"고 물었다. 경찰은 "세 명 중엔 없다"면서 "전자발찌는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관이 담당해 경찰 관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일 기준으로 117명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지만 경찰에선 확인할 길이 없다.

부부는 도리어 걱정이 늘었다.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제 각각이고, 열람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매일 집에서 고작 100m 떨어진 어린이집까지 딸 둘을 데려다 주고 온다"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때문에 불안해 견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열람을 못한 아버지 성씨는 다음주에 다시 올 거라고 했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에 부부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고찬유기자

박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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