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검거됐지만 애초 경찰의 허술한 수사와 수색작업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발생 초기 이양 집에 침입흔적이 확실한데도 단순실종으로 파악하는가 하면, 수색 도중 당시 용의자 신분이던 김씨를 놓치는 등 허점을 보였다. 김씨가 붙잡힌 것은 이양 실종 15일,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10일 만이다.
이양이 실종된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 이양 집에는 이양 휴대전화와 안경이 그대로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외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화 발자국 서너 점이 발견돼 납치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틀이 지난 26일이 돼서야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27일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공개수사를 선언하면서도 “용의자가 예전 범죄 때는 여성을 해치지 않아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양은 6일 오후 이웃집 물탱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이양의 사망시점이 경찰의 공개수사 착수 이후로 밝혀지면,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에 대한 비판이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
경찰은 수색작업에서도 빈틈을 드러냈다. 수색작업 초기 2만여명의 인력과 헬기, 수색견 등을 동원했지만 이양 시신은 물론 빈집에 은신 중인 김씨를 찾지 못했다.
특히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하루만인 3일 새벽 수색도중 김씨를 발견했지만 수색 중이던 경찰관의 손전등 불빛을 본 뒤 도망친 김씨를 놓쳤고 예상 도주로 또한 봉쇄하지 못했다.
수사과정에서는 김씨가 두 차례나 경찰에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 때도 검거하지 못했다. 아동실종사건 때마다 부실한 초동수사와 수색으로 사건을 키운 고질병이 이번에도 되풀이된 셈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휴대폰 통화내역, 위치추적,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첨단장비에 의존해 초동수사를 벌였지만 정작 ‘아날로그식’ 범죄에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게 사건이 장기화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지구대에도 수사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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