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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성 고용정책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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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성 고용정책의 문제점

입력
2010.03.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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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변화 능력을 자랑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고용은 10년이 1년 같은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남녀 임금격차 모두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여성이 남성보다 7배 가량 더 많이 해고된 사실이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속에 열린 제5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국제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 됐다. 어려운 시기에 여성이 먼저 남성에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암묵적 관행과 규범에 쫓겨 지난 해 다시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떠난 것이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여성 고용의 증진이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사회체제 개편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은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용정책은 '월스톤크래프트(Wollstonecraft) 딜레마'의 전형적 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18세기 여성주의 철학자 월스턴크래프트가 지적한 것으로 여성이 남성과 같아짐으로써 독립적인 권리를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남성과의 차이를 강조하고 어머니와 아내의 권리를 주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처럼 노동시장에서 동일한 기회 제공 및 동등 대우에 중점을 둔 정책은 가사와 육아부담을 더 많이 지고 있는 여성에게 결국 불평등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특별한 대우를 하면 물질적 보상을 중심으로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완전한 평등 실현은 더욱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여성 고용정책은 두 가지 선택의 예상하지 못한 효과까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고민해야 한다.'같음'이 오히려 차별을 유도하고, '다름'이 차별의 영속화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정책결정자들에게는 다행스럽게, 하지만 모든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딜레마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같음'을 추구하는 정책도'다름'을 인정하려는 정책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일하게 눈의 띄는 정책은 일자리 창출인데, 이마저도 유연근무제란 이름 아래 단시간 근로 형태로, 그리고 저임금 사회서비스직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단시간 근로에 참여할 기회가 남녀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육서비스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여성의 일자리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 여성의 일자리가 사회서비스직 위주로 창출될 수는 있지만, 저임금직으로의 성별 격리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총체적인 차별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고용정책이 지금처럼 여성에 특화한 고용 형태와 일자리를 찾으려는 수준에서 머문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여성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보다는 성 평등 원칙을 주류 사회정책 안에 포괄할 수 있는 다차원적인 정책으로 구성되어야만 한다. 진정 여성의 경력 단절과 낮은 고용률이 여성친화적 시간대를 가진 일자리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처럼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부족하고, 이처럼 여성이 점점 더 교묘하게 진화하는 노동시장의 차별에서 보호되지 못하며, 그 결과 이처럼 남녀 간 임금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한, 남성이 밖에서 일하고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은 개별 가구의 합리적 선택으로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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