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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한국 로맨틱 드라마의 새로운 지향점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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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한국 로맨틱 드라마의 새로운 지향점 '파스타'

입력
2010.03.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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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스타'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드라마였다. 레스토랑 라스페라의 요리사들은 요리로 손님들의 배를 채워주고 월급을 받아 생계를 꾸린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 아 파이어드(You are firedㆍ당신은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최현욱(이선균)에게 "예스, 쉐프(Yes, chef)"라며 복종하지만, 생계가 흔들리면 바로 저항한다. 국내파 요리사들은 그들의 월급이 이탈리아 유학파보다 적다는 걸 알고 최현욱의 명령마저 거부한다. 라스페라의 사장 김산(알렉스) 역시 최현욱에게 수익을 낼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최현욱은 일종의 초인이 돼야 한다. 수익을 내려면 조직원들의 능력과 협동심이 필수지만 그들은 자신의 생계부터 먼저 챙긴다. 또한 국내파 요리사들은 최현욱이 요리사 서유경(공효진)과 사귀자 그의 공정함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현욱이 모두를 먹여 살리려면 능력, 공정함, 완벽한 공사 구분을 다 갖춰야 한다.

최현욱은 이 불가능한 목표를 공정한 경쟁과 기회라는 원칙으로 해결해 나간다. 그는 타성에 젖은 라스페라에 이탈리아 유학파 요리사들로 자극을 주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요리사를 뽑는다. 반면 경쟁에서 통과하면 좀처럼 해고시키지 않는다. 최현욱이 서유경에게 실패한 요리들만 모아놓은 요리 노트를 준 것처럼, 그는 경쟁의 승리 뒤에 그만큼의 실패가 따른다는 것을 안다.

이런 까닭에 '파스타'는 '주방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를 넘어 드라마로 쓴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성찰처럼 보인다. 사장으로 상징되는 시장은 끊임없이 이익을 요구하고, 먹고 살려는 조직원들은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파벌까지 만든다.

최현욱의 전임 쉐프가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한국은 IMF로 외국 자본에 의해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사람들은 "유 아 파이어드"의 공포에 시달리며 끝없는 경쟁에 내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최현욱은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서유경과의 연애를 통해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던 독선적인 태도를 바꾼다. 그것은 치열한 경쟁과 사람들이 안심하고 일하는 기회 보장의 미덕이 공존하는, 보다 인간적인 얼굴의 사회에 대한 한 가지 해법일 것이다.

'파스타'가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이 드라마가 로맨틱 드라마의 재미와 함께 세상에 대한 발언을 어렵지 않게 전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파스타'는 한국 로맨틱 드라마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준다. 직장에서 연애만 하던 드라마의 시대가 끝나간다. 이제는 일도 하고 연애도 하되,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줘야 할 때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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