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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만세

입력
2010.03.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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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비만 왕국이다. 1960년대 초 미국 남성의 평균 몸무게는 75㎏, 여성은 64㎏이었다. 이제 여자 체중이 74㎏(남자는 87㎏)으로 과거 남자와 비슷해졌다. 먹는 문제가 해결된 부자나라일수록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는 건 상식이다.

그렇다고 부자 중에 뚱보가 더 많은 건 아니다. 비만증은 부자나라의 불평등한 병이다. 현재 미국에서 몸무게가 정상보다 45㎏ 이상 더 나가는 '병적으로 비만한 사람'은 약 9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흑인 여성이 300만명이다. 미국의 흑인 여성은 1,800만명 가량 되니 여섯 명당 한 명 꼴이다.

■ 흑인 여성이 병적인 비만에 걸릴 확률은 다른 여성집단이나 남성들보다 세 배나 높다. 이유는 가난 탓이다. 뉴욕시 조사에 따르면 연간 2만5,000달러 이하를 버는 여성들이 뚱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들은 지방질이 많은 값싼 육류와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을 주로 먹는다. 다이어트나 헬스 등 몸매를 가꿀 시간적 여유도 돈도 없다. 반면 대다수가 백인 계층인 부자들은 야채와 생선 등 지방과 칼로리가 적은 양질의 음식을 즐긴다. 이들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많고, 살이 쪄도 각종 다이어트 비법으로 날씬한 몸매를 만들 수 있다.

■ 뉴욕주 보건당국이 탄산음료에 '비만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설탕으로 단맛을 낸 음료가 확산되면서 미국인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마다 비만 관련 의료비로 70억달러 이상을 쓴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미국에서는 탄산음료는 물론 껌이나 사탕, 초콜릿에까지 세금을 물리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항공기에 비만세를 적용, 뚱보 승객에게 요금을 더 받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덴마크는 올해부터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초콜릿과 같이 설탕이 많이 든 식품에 대한 과세를 검토 하고 있다.

■ 비만이 심각해진 게 이미 오래 전인데, 새삼 문제 삼는 건 생뚱맞아 보인다. 일각에선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세수를 늘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이 담배와 술에 대한 세금을 올렸고, 중국과 스페인도 담뱃세 인상을 결정했다. 경기 침체로 나라 곳간을 채우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명분과 실속을 모두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재정적자가 고민인 우리 정부도 모를 리 없다. 지난해 슬며시 주세와 담뱃세 얘기를 꺼냈지만, '서민증세'라는 몰매만 맞았다. 그럼 비만세는? '삽질'에 헛돈 쓴다는 비난 탓에 이 역시 쉽지 않을 듯싶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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