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토야마(鳩山) 정부 최대 외교 현안인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가 갈수록 꼬여가면서 연립여당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제시할 새 이전지 후보를 오키나와 중심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은 당초 공약인 현외(縣外) 이전을 강력히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까지 이전지를 확정하든 못하든 하토야마 정부는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정치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연립여당인 사민당과 국민신당은 8일 정부의 오키나와기지문제검토위원회에서 각각 후텐마 이전지 후보를 제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후텐마 기지의 해외, 현외 이전을 주장해온 사민당은 제1후보지로 괌이나 미국 자치령인 마리아나제도의 테니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의 실현이 어려울 경우 홋카이도(北海道) 야마나시(山梨) 야마구치(山口) 나가사키(長崎) 등 오키나와 이외 일본 내 이전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자세다.
국민신당은 15년 뒤 오키나와에서 미 해병대 완전 철수를 전제로 기존 합의였던 오키나와 중북부 미군 기지 캠프 슈왑 연안 매립 대신 육상에 1,500m의 새 활주로를 건설해 이전하거나 역시 오키나와 중부의 미 공군 거점인 가데나(嘉手納) 기지에 통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달 중 정부안 확정을 목표로 일본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도 오키나와현 내 이전이다. 국민신당 제안처럼 캠프 슈왑 육상부나 오키나와 중부 미군 기지인 화이트비치와 연안 쓰켄지마(津堅島) 사이를 매립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안이 오키나와현 내로 확정될 경우 사민당은 연립여당 탈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당수는 일찌감치 미일 합의를 강행할 경우 “중대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캠프 슈왑 육상부는 바다를 매립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기존 합의 이행과 다를 게 없다.
이 같은 정치적인 타격을 감내하면서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현 내 이전 계획을 확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캠프 슈왑 육상부가 정부안이 될 경우 올해 1월에 이전 반대파를 시장에 당선시킨 예정지 나고(名護)시 주민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역시 아직까지 연안을 매립해 활주로를 건설하는 기존 합의가 최선이라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해조정에 실패해 결국 약속한 5월까지 이전지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하토야마 내각 퇴진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키나와현 내 이전을 강행하더라도 “공약 위반”이라며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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