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르는 아버지 칼로 찌른 아들에 무죄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성호)는 술에 취해 폭언을 하며 목을 조르는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혐의(존속살해미수)로 기소된 대학생 배모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씨는 아버지가 목을 조르고 구타를 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해 순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씨가 피해자의 배나 옆구리가 아닌 등을 찌른 점, 상처의 깊이가 얕은 점, 사건 발생 후 지혈을 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배씨에게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배씨의 행위는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형법상 그 정도가 지나친 과잉방위에 해당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배씨는 지난해 7월 술에 취해 귀가한 아버지가 지나친 폭언을 하자 식칼로 자해를 시도했고,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도리어 배씨의 목을 졸랐다. 위협을 느낀 배씨는 식탁에 놓인 칼을 휘둘러 아버지에게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혀 구속기소됐다. 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배심원 9명 모두는 “배씨는 아버지가 목을 조르고 칼을 들려고 하자 겁을 먹은 상태에서 자신을 방어하고자 피해자를 가격하게 됐다”며 무죄 평결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