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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김길태 어디 숨어 있나…경찰청 프로파일러들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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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김길태 어디 숨어 있나…경찰청 프로파일러들의 분석

입력
2010.03.1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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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의 그간 범죄행적과 수법, 성격 등을 재구성한 결과 집 주변에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멀리 달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납치살해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의 소재와 관련한 범죄행동분석요원(프로파일러)들의 분석이다.

분석의 근거는 김씨의 범행 및 생활반경이 극도로 좁다는 점. 김씨는 두 번의 출소 이후에도 줄곧 집 근처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교도소 수감 중엔 사람이 많은 장소를 두려워하는 공황증세로 치료도 받았다. 2009년 출소 후엔 한 달간 자신의 옥탑방에서 두문불출했다. 휴대폰도 운전면허도 없다.

프로파일러 권일용(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위는 "이처럼 고정형 성범죄자는 멀리 가지 못하고 집 근처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2007년 제주 양지승(당시 9세)양 살해사건의 범인 송모(52)씨도 40일 넘게 수사망이 좁혀오는데도 집 주변을 배회하다 붙잡혔다.

김씨의 사회성 결여도 장거리 도주 가능성을 낮게 한다. 프로파일러 강은경(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위는 "이전 사건에서 김씨는 납치만 한 게 아니라 피해자를 장시간 감금하고 친구들에게 데려가 자랑하기도 했다"며 "이는 자신이 사회성이 없다는 사실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의 외톨이로 지내 주민들조차 모자를 쓴 그의 형체만 기억할 뿐 구체적인 얼굴은 잘 떠올리지 못할 정도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해, 포위망에 갇힌 김씨가 극단적인 2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경찰에 두 번이나 전화한 건 경찰을 현장에서 따돌리기 위한 수법"이라며 "홀로 오래 지내 어떻게든 견뎌내려 하겠지만 포위망이 좁혀지면 최악의 경우 인질극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지형지물도 김씨에겐 유리하다. 2005년 3월 재개발이 시작된 부산 사상구 덕포1동 일대는 빈집이 20채가 넘는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주간에 비는 집도 많다. 골목길이 너무 좁아 순찰차가 들어갈 수도 없다. 김씨는 이를 모조리 꿰고 있다. 빈집들의 구조뿐 아니라 폐쇄회로(CC)TV의 위치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낮엔 외부에서 들어갈 수 없는 잠긴 곳이나 짐작하기 어려운 장소에 숨어 지내다 새벽에 CCTV가 없는 길을 따라 은둔 장소를 옮겨 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11년간 수감생활을 대부분 몸을 만드는데 써 운동신경이 좋고 행동이 민첩하다. 경찰이 "고양이 같은 놈"이라고 표현할 만큼 담장을 넘거나 옥상 등으로 재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이다. 좀도둑 경력이 있어 예전에 훔친 물건들을 이곳 저곳의 빈집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수색도중 빈집 몇 곳에서 김씨가 쓰던 옷가지와 가방 등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도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지능지수(IQ) 85에 인터넷도 하지 않는 김씨가 경찰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고, '골초'란 별명이 붙을 만큼 담배(던힐)를 좋아해 심야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강성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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