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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쉬운 스포츠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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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쉬운 스포츠 외교

입력
2010.03.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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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전쟁과 영화의 중간쯤에 있다. 모두 강렬한 시각적, 심리적 효과를 부여한다. 다만 영화에서는 보통 주인공은 살고 다음에 봐도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절대 반복을 허용하지 않고 각본 전개를 예측할 수 없으며 주인공도 죽을 수 있는 스포츠와 전쟁은 그래서 영화보다 더 큰 전율을 준다.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한다. 스포츠는 전쟁의 평화적 발현 행태이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가 대항전은 전쟁이 아닌 수단으로 전개하는 국가간 ‘기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대항전의 승패는 단순한 희비나 국민 사기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과 국격 상승의 결정적 기제이다.

올림픽에 스며든 패권주의

서울올림픽이나 한일월드컵 이후 우리의 국제적 지위가 급속히 향상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하여 일본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것이나,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나치정권 홍보에 이용한 히틀러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스포츠 강국은 대체로 강대국들이다. 그래서 올림픽과 같은 포괄적 국가 대항전에는 종목, 메달 수, 규정, 판정 등에 패권주의가 강하게 스며들어있다. 올림픽 종목을 살펴보면, 서양사람들에게 유리한 경기가 대부분이다. 올림픽이 서구적 기원에 비춰보면 당연한 듯하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근대올림픽 역사에서 숱한 종목이 신설되고 폐지되었는데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입장이 반영된 예는 유도와 태권도 밖에는 거의 없다.

게다가 예를 들어 그들에게 유리한 수영이나 육상에는 수십 개씩 메달이 배정되어 있으나, 우리가 유리한 양궁에는 남녀 개인과 단체 4개뿐이다. 우리가 석권하던 레슬링 특정 체급은 아예 없애버렸다. 언뜻 공정한 규정이나 판정에도 비슷한 논리가 숨어있다. 이렇게 나온 불공정한 메달 경쟁의 결과를 마치 우리가 그들보다 체력이나 재능에서 저열하다는 편견을 암암리에 주입하는데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승리가 한국과 일본사람 개개인에게 미친 심리적 영향을 국민 전체적 관점에서 비교하면 스포츠에 스며든 패권주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며 무심코 내뱉는 ‘동양인에게는 불가능한’이라는 수식어는 그러한 의식 조작의 결과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감동이 아직 살아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훌륭한 기량을 발휘하였고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한 선수들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스포츠외교가 미흡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5연패를 노리던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경쟁국 중국 언론조차 애매하다고 하는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친 것은 스포츠 외교의 실패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불공정 판정 미리 막도록

현재 각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인데, 종목별 운영위원이나 심판진에는 우리 위원이나 심판이 보이질 않는다. 0.01초를 다투는 기록 경쟁에서 우리 선수가 직ㆍ간접적으로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계주에서도 여러 차례 우리 선수들에게 불공정한 판정을 내렸던 심판이 결승전 주심으로 들어가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은 스포츠 외교의 허점을 드러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기왕 참가했으면 정정당당히 싸워 이겨야 한다.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6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불공정한 판정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스포츠 외교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전담부서 설치를 고려해 봄직하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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