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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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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

입력
2010.03.1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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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억원이 우스워진 뮤지컬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50만원짜리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의 대학로 입성은 성공이었다. 소극장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는 감흥 없이 쏟아지는 대형 뮤지컬들을 조용히 비웃는 것 같았다.

엉뚱한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대본과 연출, 음악감독까지 혼자서 해낸 이 뮤지컬은 지난 여름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 시작됐다. 치어걸이 살고 있는 낙원을 찾아 항해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에 인디 밴드 딕펑스와 송용진의 노래 17곡을 입힌 형식이었다. 당시 공연은 'B급' '컬트' '엽기'라는 수식어가 부담없이 어울릴 정도로 유쾌했고 입소문이 날 만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뮤지컬 전문 기획사가 제작사로 나서서 이 뮤지컬에 각종 전문가들이 스태프로 투입된다는 소식은 반가운 한편 걱정스러웠다. 도발적인 부분을 잘라내 작품이 너무 '착해질까' 우려됐던 것이다. 욕설이 난무하지만 '순간을 즐기라'는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공연에 가해진 덧칠은 다행히도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내용과 음악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조악함이 매력인 영상도 그대로 뒀다. 다만 원래 있던 곡을 뮤지컬에 사용하면서 어색한 가사와 대본은 티 나지 않게 수정했다. 송용진 원톱 체제였던 연기 비중도 다른 배역들이 조금씩 나눠 맡아 균형을 이뤘다. 가장 눈부신 발전은 무대와 의상이다. 외관을 가꿔놓으니 콘서트에서 뮤지컬에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홍대 앞 문화를 향유하는 젊은이들이 대학로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 점령한 이곳에 자유분방한 창작의 피가 수혈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욕구불만인 사람이 있다면 홈페이지 이벤트 '함께 욕해드립니다'에 신청하자. 커튼콜 때 배우들이 노래를 후련하게 불러준다.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라이브극장. (02)548-1141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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